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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대한민국 최남단 이국적인 풍경에 홀리다.

by 혜강(惠江) 2022. 12. 1.

 

제주 마라도(馬羅島)

 

대한민국 최남단 이국적인 풍경에 홀리다

 

글·사진 남상학

 

 

 

  우리나라 최남단의 섬인 마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단에 있다. 대정읍 운진항에서 남쪽으로 11㎞, 가파도에서 5.5㎞ 해상에 있다. 태풍이라도 불면 파도에 휩쓸려 버릴 것 같은 나지막한 섬 마라도는 여행객에게는 국토 최남단이라는 매력을, 낚시인들에게는 우리나라 벵에돔 낚시의 최고 포인트로 사랑받고 있는 섬이다.

  우리 내외와 제주도에서 사는 동생 내외는 어제 거센 바람이 불어서 기상악화로 마라도행 정기여객선 출항이 가능할 것인지 걱정하며 느긋하게 집을 나섰다. 어젯밤 바람이 심히 불어 가는 도중 출항 여부를 차 중에서 확인했더니 정상출항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전에 두 차례나 마라도에 가려다가 못 간 적이 있어 자못 흥분되었다.

 

 

 

○ 배편 

 

  마라도 가는 배편은 두 군데가 있다. 정기여객선은 모슬포 남항인 운진항에서 9시 40분, 10시 30분, 11시 10분, 12시 20분, 13시 10분, 13시 50분, 14:30(왕복 불가), 15시 10분(왕복 불가)에 있다. 마라도에서 출발하여 운진항으로 되돌아오는 배편은 10시 20분, 11시 50분, 13시, 13시 50분, 14시 30분, 15시 10분, 15시 50분에 탑승하면 된다.

  한편, 송악산 아래 산이수동항에서 마라도로 가는 배 시간표는 9시 20분, 10시, 10시 50분, 11시 40분, 13시 30분, 14시 10분이며, 되돌아오는 시간은 각각 11시 30분, 12시 20분, 13시 20분, 14시 10분, 14시 50분, 15시 30분, 16시 10분이다.

  마라도로 들어가는 배는 뱃길로 25여 분이면 닿을 수 있지만, 바람이 많이 불 뿐 아니라 파도가 거칠어 배가 운항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므로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나는 하루에 마라도와 가파도 두 섬을 방문하기 위해 두 섬의 항로가 있는 모슬포 남항인 운진항으로 향했다. 여객 선매초소에 도착하여 10시 30분 출항, 13시 정각에 돌아오는 배의 왕복 티켓을 샀다.

  등대가 서 있는 항구의 방파제를 통과해 나온 배는 산방산과 송악산의 절경을 마주 보며 점점 깊은 바다로 나아갔다. 배는 바다 위에 기다랗게 누운 가파도를 바라보며 계속 나아갔다. 항구를 나올 때 잔잔하던 바다는 가파도를 지나면서부터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멀리서 바라본 마라도는 망망대해 한가운데 솟아오른 항공모함처럼 보였다.

  갑판에 나가 몇 장을 사진을 찍고 높은 파도에 여객선이 좌우로 세게 흔들려 선실로 들어왔다. 배는 출항한 지 25분 만에 마라도 살레덕 선착장에 도착했다.

 

 

 

○ 마라도, 걸어서 함한 바퀴

 

  배에서 내려 호기심을 갖고 마라도에 오르면 가장 먼저 반겨주는 것이 팔각정이다. 서북쪽 선착장에서 1분 거리에 있고, 따가운 햇볕을 피해 드넓은 태평양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쉼터다.

  대합실을 지나 종합안내표지판을 훑어보고 경사진 계단에 올라서자 섬 위로 시야가 넓어졌다. 검은 화산석을 다듬어 깔아놓은 통로 양쪽으로 펼쳐진 들판은 가을이 깊어 마른 풀밭으로 누런 옷을 입었고, 태평양을 건너온 바람이 전신을 휘감는다.

  마라도는 사시사철 바람이 부는 곳으로 바람의 언덕이라 불린다. 사시사철 하늬바람, 마파람, 샛바람, 갈바람이 철을 따라 분다. 멀리 등대가 보이고 마른 풀밭 뒤로 푸른 바다와 하늘이 펼쳐진다. 마라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에 이내 푹 빠지게 된다.

  마라도 전체 면적은 30만㎡이며, 해안선 길이 4.2㎞, 동서 길이 500m, 남북 길이 1.3km, 최고점 39m이다. 섬 전체가 남북으로 긴 타원형이다. 마라도는 20만 년 전 광해악 현무암인 현무암질 안산암이 분포하는 곳으로 한라산 방향에서 흘러온 용암이 계속 쌓이면서 주변의 지형보다 높게 되었고 해수변동의 영향으로 지금은 고립되어 섬으로 남게 된 것으로 추정한다.

  마라도는 본래 무인도로 울창한 원시림이 덮여 있는 무인도였다. 1883년(고종 20년) 모슬포 거주자들이 화전 허가를 받아 개간하면서 주민들이 살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개간하면서 산림은 모두 불타 없어졌다. 현재 주민은 100여 명이며 주로 어업과 관광업을 겸하고 있다. 마라도 주민들은 집마다 빗물을 지하 탱크에 저장하여 생활용수로 이용한다. 또 마을은 공동으로 빗물을 저장 해두는 곳을 만들어 이용하고 있다.

  섬 전체가 용암석으로 이뤄져 해안선에는 풍파로 인해 해식동굴과 기암절벽이 곳곳에 자리한다. 마라도는 등대가 있는 부분이 높고 전체적으로 평탄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중심부에는 작은 구릉이 있고 섬 전체가 완만한 경사를 가진 넓은 초원이다. 섬 자체가 천연기념물 423호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는 마라도에서는 풀 한 포기, 뒹구는 돌멩이 하나에도 특별한 의미가 깃들어 있다.

  평탄한 지형이어서 한 바퀴 걸어서 도는데 한 시간이면 충분하므로 바다를 오른편에 두고 큰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길옆에 돌로 휘두른 무덤이 외롭게 보인다. 그리고 이어 발길을 옮기자 ‘애기업개당’이라고도 불리는 할망당이 우리를 맞이했다.

 

 

애기업개당(할망당)

 

  애기업개당은 마라도에 사람이 살기 시작할 때부터 함께한 마을 무속 신앙터로 애기업게의 슬픈 전설이 남아있는 곳이다. 아득히 먼 옛날 모슬포에 살던 이 씨 부인이 여자아이의 울음소리에 이끌려 숲으로 들어가니, 부모에게 버림받은 여자아이가 울고 있었다. 부인은 그 아이를 수양딸로 삼았다. 세월이 흘러 부인에게서 아기가 태어났고, 그녀는 새로 태어난 아이를 돌보는 애기업개가 되었다.

  어느 해 봄, 그녀는 씨를 뿌리기 위하여 마라도에 들렀다가 마라도 주변의 거친 파도를 다스리기 위해 아기업개를 제물로 삼았다. ‘다수를 위한 희생’이라 더 아프고 절절했던 사연이 아닐 수 없다. 이후로 마라도를 찾은 어부들은 그녀의 혼을 달래기 위해 매년 할망당에서 극진히 제를 지낸다. 마을의 안녕과 해녀들의 물질 시 안전을 기원하는 곳이기도 하다.

  할망당에서 갈대 우거진 들판을 바라보며 발길을 옮기면 또 하나의 대합실이다. 말이 대합실이지 쉼터나 다름없다. 둥글게 만든 의자에 앉아 잠시 망망대해를 바라보며 쉬기에 편한 곳이다. 이곳에도 종합안내판을 세워놓아 알림이 역할을 해준다. 대합실 아래에는 지리덕 선착장이다.

  쉼터에서 잠시 쉬다가 아예 길에서 벗어나 푸른 바다를 오른쪽으로 끼고 해안을 감상하면서 풀밭으로 걷기 시작했다. 누런 풀밭, 해변의 검은 바윗돌, 푸른 바다와 하늘이 만들어내는 묘한 풍광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조금 걷다 보니 검은 비석이 가로막는다. 통일기 원비였다. 세계법왕일붕문도중앙회라는 종교단체에서 건립한 듯 보이는데 세계인류평화와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뜻을 담은 것이라지만 마라도의 풍광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 옆에 선 해녀상이 훨씬 어울렸다. 해녀의 발상지는 제주도이며, 그 기원은 자연발생적인 생업수단의 하나로 비롯되었으니 무엇보다 제주도를 표현하는데 이처럼 잘 어울리는 것이 있을까 샆다.

 

 

국토 최남단 관음성지 기원정사

 

  문주란 자생지를 지나 이제 주 통로로 들어서면 국토 최남단 관음 성지 기원정사와 마주한다. 마라도에는 사찰도 있고, 성당도 있고, 교회도 있다. 이 작은 마을에 신자들이 얼마나 되길래 이런 시설이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국토의 최남단이라는 상징성과 소수이지만 주민이나 관광객들이 잠시 들러 기도하며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다면 탓할 것이 있으랴!

  기원정사는 종각 뒤로 대웅전이 있어 관음 도량으로의 면모를 갖췄다. 태풍으로 쓰러지고 무너지기를 여러 차례 겪었다고 한다. 지금은 작고 아담한 모습이다. 기원정사 주변은 문주란과 백련초가 거센 바람을 맞으면서도 청청하게 푸르렀다.

 

 

 초콜렛캐슬에서의 커피 한 잔

 

 기원정사를지나면 이제는 마라도에서도 남단에 접어든다. 바다도 더 시원해 보인다. 최남단 마지막 짜장면집을 지나면 최남단에 자리한 초콜렛캐슬이다. 대한민국 최남단 집인 셈이다. 이곳에선 모든 것이 '최남단'이란 말로 통한다.

  동화 속 집 같은 초콜릿 캐슬은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초콜릿 박물관에서 홍보관으로 지어놓은 건물인데 그 옆 빨간 카페에서는 커피와 디저트도 판다. 지나가다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남다른 추억이 될 수 있다. 여기서 마라도 해안경찰대를 지나면, 대한민국 최남단기념비가 나온다. 

 

 

대한민국 최남단기념비

 

    마라도에서 대한민국 최남단을 알리는 ‘대한민국 최남단기념비는 마라도의 상징물 1호이다. 섬의 동남쪽 끄트머리에 세워져 있다. 내륙의 기념비들이 밝은 화강암으로 제작된 것과는 달리 최남단비는 검은 제주도 화산암으로 만들어졌다. 국토의 최남단기념비 앞에 서면 어딘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는 자부심과 긍지로 뿌듯한 느낌이 든다. 끝까지 수호해야 할 우리의 국토이니 말이다.

  그런 느낌 때문일까? 그 앞으로 해안가에 장군바위가 솟아 있다. 마치 국토를 지키기 위해서 서 있는 것 같은 모습이다. 뒤로는 여행객을 위해 벤치가 여러 개 놓였다. 우리 국토의 최남단비라는 지리적 의미와 이곳에서 일출을 보러 몰려오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서다. 여행객들은 이곳에서 최남단비나 한라산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우리 형제 내외도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최남단비가 선 앞바다는 좋은 어장인 듯 여러 척의 고깃배가 조업 중이었다. 고깃배 몇 척이 장군바위 앞바다에 물살 꼬리를 남긴 채 본섬으로 달려간다. 하늘의 신(천신)이 땅의 신을 만나기 위해 내려오는 길목이라 전해지는 장군바위는 마라도 주민들이 해신제를 지내기도 하여 신성시하여 바위 위로 올라가는 것을 꺼린다.

  최남단비에서 올려다보니 언덕 위에 마라도의 명물 제1호 등대가 보인다. 언덕 위로 오르는 길옆에는 가을꽃이 반긴다. 바람맞이이면서도 햇빛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이어서 늦은 가을까지 싱싱하게 피었다.

 

 

외관이 예쁜 마라도 성당

 

  이제 등대를 보기 위해 언덕을 오른다. 등대로 올라가는 언덕 중간쯤에 그림같이 예쁜 성당이 자리를 잡았다. 외양이 깔끔하고 독특한 모습이어서 마라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단단한 전복 껍질 형상의 지붕에, 십자가 오상의 유리 천정은 빛이 내려오도록 설계되어 특이하다.

  성당이지만 현재 사제가 상주할 수 없어 경당이 되었다. 천주교회 건물은 규모와 역할로 보아 성당> 경당> 공소로 등급이 나뉘어 있다. 성당 경내에는 방문객들이 기도를 올릴 수 있도록 준비가 되어 있다. 대한민국 최남단 섬에 있는 특별한 외관으로 사진 촬영 명소가 돠고 있다.

 

 

마라도의 상징, 마라도 등대

 

  마라도 성당을 지나면 섬에서 가장 높은 동쪽 언덕에 1915년 설치된 하얀색 마라도 등대가 나온다. 대한민국의 가장 남쪽에 위치하다 보니 국토 최남단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마라도의 등대답게 외국 선박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표지이기도 하다.

  횃불 형상의 마라도 등대는 하얀색의 8각형 콘크리트 구조로 높이는 16m이다. 10초에 한 번씩 반짝이고 약 48㎞ 거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하니. 동중국해와 제주도 남부해역을 오가는 배들에게는 안전한 뱃길 길잡이 구실을 한다.

  마라도 등대 앞에는 세계 유명 등대의 모형과 세계 전도를 대리석으로 만들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등대 마당 중앙에는 ‘생명의 빛’이라는 등대 불빛 모양의 조형물에 담긴 타임캡슐도 자리하고 있다. 이 타임캡슐에는 국운이 활활 타오르기를 기원하는 희망의 빛과 등대 불빛, 5월 31일 바다의 날을 상징하는 531명의 희망의 메시지가 담겼다.

  또한, 등대 담장에는 육당 최남선의 ‘한국해양사(韓國海洋史)’의 서문 표기로 바다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글귀가 있다. 한쪽에는 이어도 종합해양과학기지를 역동적인 파도 모습으로 이미지화한 모형도 보였다. 마라도에서 이어도 기지까지는 서남쪽으로 149km에 있음을 알려준다.

  마라도 등대는 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어 확 트인 바다는 물론 드넓은 잔디와 돌담길, 넘실대는 바다, 그리고 오름과 한라산이 어우러진 풍광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마라도 짜장면

 

  등대를 구경하고 마을 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대한민국 최남단 경찰 치안센터와 보건소가 나온다. 또 가파초등학교도있다. 바로 이곳이 마을의 중심지다. 이른 아침을 먹고 서둘러 온 터라 시장기가 돌아 점심을 먹기로 했다. 당연히 마라도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짜장면이다. 언제부턴가 짜장면은 마라도의 대표 음식이 되었다. 배가 닿는 선착장 부근이나 마을 대부분이 여행자들을 위한 짜장면집들이다. 여행자들은 마라도를 방문하면 으레 이곳의 명물인 짜장면을 먹는다.

  왜 마라도는 짜장면일까? 맛이 특별해서가 아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인근 갯바위 등지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배달하던 마라도 식당의 메뉴가 주로 짜장면이었고, 마라도를 찾는 이들이 배 시간에 맞춰 간단히 한 끼 식사로 끝낼 수 있었기 때문에 짜장면이 마라도의 먹거리로 자리잡은 것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근원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제주도가 밀 음식 혹은 면 음식이 발달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제주도를 찾은 사람들은 대게 갈치, 옥돔 등으로 대표되는 해산물과 흑돼지 등 이곳의 특산물과 관련된 음식을 주로 찾지만, 제주도는 이보다는 밀가루 음식이 더욱 발달하여 고기국수도 한 몫을 한다. 제주도 본섬에는 국수 거리가 따로 있다.

 

  우리가 선택한 집은 원조마라도짜장면집, 이 집은 “대한민국에서 해물 짜장면을 처음 개발하고 방송에도 잘 알려진 집”으로 홍보하고 있다. 2022년 9월 24일 무한도전 “놀면 뭐 하니”(유재석, 정준하, 신봉선, 이미주 출연) 프로에서도 방송을 탔다는 현수막도 펄럭인다.

 

 

마라도 교회, 순교자기념비와 제주기독교 100주년 기념비  

 

  점심을 먹고 나서 언덕 위를 올려다보니 교회의 십자가가 보인다. 교회로 향하는 마을 입구에 대한예수교장로회 마라도 교회라는 표지목을 따라 교회로 발길을 옮겼다.

  교회 옆에는 순교자기념비와 제주기독교 100주년 기념비가 우뚝 서 있다. 그리고 마라도 교회는 설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방다락 목사(고신 교단)가 1984년 개척 후 지금까지 사역하고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19가구밖에 살지 않았던 이 외딴섬 마라도에 방다락 전도사가 발을 디딘 것은 1977년 당시 신학교 졸업만인 30세 였다고 한다. 그는 사도행전 1장 8절 말씀인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라는 구절을 붙들고 우리나라의 땅끝인 마라도로 와서 1984년 교회를 개척했다. 그는 그로부터 지금까지 척박한 땅에 복음을 전했다 생각하니 가슴이 멍해진다.

  마라도 교회에서 올라긴 길을 다시 내려와 돌아갈 배 시간에 맞춰 선착장으로 발길을 옮기니 마라도에서는 가장 큰 건물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장이다. 마라분교는 1958년 개교 이후 졸업생을 꾸준히 배출하다가 2016년 이후 학생 수 감소로 현재는 휴교상태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언제 다시 이 운동장에 아이들의 떠드는 소라가 들려올지 아득해진다.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

 

  마라도교회에서 다시 내려와 선척장으로 가는 들에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 앞을 지난다. 마라분교는 현재 8년째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마라도에는 그동안 취학 연령의 아동들이 있었지만, 줄줄이 마라도 밖으로 나가 진학해 학교 문을 열지 못했다. 학부모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뛰노는 평범한 일상조차 누리기 힘든 분교 생활보다는 제주도 본섬의 학교가 교육환경이 더 낫다고 판단해 본섬으로 보내고 있다고 한다. 

  마라분교는 학생 수가 많을 때는 20여 명에 이르기도 했지만 1990년대 이후 한 자릿수에 머물다가 결국 학생이 없어 문을 닫는 상황에 이르렀다. 떵 빈 운동장을 보자니 가슴이 쓸쓸해진다.  

 

 

 

돌아오는 길

 

  멀리 우리를 태울 배가 들어오고 있다. 마라도의 짜장면을 한 그릇 먹고, 마라도의 신비스러운 정경을 가슴에 담고 운진항으로 돌아오는 뱃길, 여객선이 출렁거리며 파도타기를 시작하지만, 이제는 경험한 것이어서 그러려니 한다.

  “ … 풍랑이 거센 바다 위를 어선 한 척 헤엄쳐 갑니다/ 아무도 배 띄우지 않는데/ 배 한 척, 저 배 갑니다/ 뱃전에 부딪쳐 솟구치는 물너울이/ 거품 손톱을 치켜세운 수마(水魔)의 거대한 손 같습니다/ 물속을 헤엄쳐 물고기를 낚는 바닷새처럼/ 참았던 숨을 토해내려 솟아오르는 해녀처럼/ 저 배/ 바닷물에 가렸다 보였다 합니다/ 무슨 위독한 일이 있기에 저리 힘든 길을 가는지/ 집을 나선 길인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지/ 어쩌면 영영 저리 하염없이 가고 있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 ”(류외향 ‘나 언제나 저 배와 같이’에서)

  대한민국 최남단 섬, 자신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 섬, 거친 파도에 떠밀리며 근육질을 키우는 섬 마라도를 가슴에 안고 돌아오는 길은 뿌듯하고 행복했다.

 

 

◎상세 정보

 

►운진항 주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최남단해안로 120 (대정읍 하모리 646-20) / 배편 문의 : 064-794-5490

►마라도 유람선 (송악산 산이수동항) : 대정읍 상모리 130-10, 064-794-6661

요금 (운진항~마라도) : 성인 18,000, 24개월 이상~초등학생 9,000, 국가유공자, 장애인, 제주도민, 경로 : 할인요금 적용

►발권 : 마라도가파도 정기여객선 홈페이지 사전예약하면 1,000원 할인, 당일 현장발권은 당일에만 구매 가능

►마라도 내 숙박 : 마라도게스트하우스 (064-92-7179) / 마라도펜션 (064-792-7272) / 별장민박 (064-792-3322) / 마라도최남단민박 (064-794-5507)

►마라도 식당 : 마라도원조짜장면 (064-792-8506) / 마라도해녀촌자장 (064-794-0701) / 마라도별장식당 (064-792-3322) / 심봉사눈뜬톳해물짜장짬뽕중화요리 (064-794-0489)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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