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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비양도, "날아온 섬"이라는 뜻의 화산섬

by 혜강(惠江) 2022. 11. 23.

 

제주 비양도

 

"날아온 섬"이라는 뜻의 화산섬 

 

글·사진 남상학

 

 

 

  비양도는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에 있는 섬이다. 제주도의 서쪽 한림읍 협재리에서 북서쪽으로 약 3km 지점에 있다. 그러나 비양도로 떠나는 한림항에서는 북서쪽으로 5km 거리에 있다.

 

  나는 고광자 시인의 시 「비양도」를 떠올리며 오랫동안 가고 싶었던 섬 비양도 행 배를 탔다. "섬은 / 육지를 바라보고 / 육지는 / 비양도를 바라보며 / 서로를 그리워한다. / 때론 안타까이 / 속마음을 들여다보며 / 가끔 고개를 끄떡인다." -고광자 「비양도」 전문

 

  한림항에서  출항한 여객선은 등대가 있는 포구를 빠져나와 물살을 가르며 바닷길을 달려 비양도로 향한다.  멀리 비양도가 보이고, 바다 한 가운데 거대한 해양 크레인도 보인다. 물살을 가르며 나가는 갑판에서 사진 몇 장을 찍는 동안 어느새 비양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화산섬, 비양도

 

  한라산에서 봉이 하나 날아와 생성됐다고 해서 "날아온 섬"이라는 뜻의 얻은 비양도는 제주에서 가장 나중에 화산이 분출(1002년)되어 형성된 섬이다. 그래서 ‘비상(飛翔)의 섬’이라 부르기도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1002년(고려 목종 5)에 분출한 화산섬으로 기록되어 있다. 과거에는 대나무 군락이 무성하여 죽도(竹島)라 불렀다고 한다. 섬 모양은 전체적으로 원형이다.

 

  면적 0.59㎢, 해안선 길이 3.15km의 기생화산 섬으로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고, 섬 전체가 원형을 이루고 있다. 최고지점은 114m의 분화구로 섬의 북쪽에 솟아 있으며, 남쪽은 대체로 평탄하다. 섬 중심부에는 비양도 등대가 있다. 해안선의 드나듦은 단조로우며 대부분 암석해안이다. 6개의 봉우리가 신비스러운 비양봉, 2개의 분화구, 애기업은 엄마 형상의 바위, 코끼리바위 등의 볼거리가 있고, 도보로도 1시간 넉넉하게 둘러볼 수 있다.

 

  다양한 어종과 풍부한 어장을 갖춘 청정 해양수역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어 마을은 섬의 남동쪽 해안에 집중적으로 분포한다. 80여 명의 주민은 대부분 순수어업에 종사한다. 주요 어획물은 멸치·갈치·방어이다. 소라·전복·해삼 등의 양식업도 활발하다. 특히, 어족자원이 풍부하여 낚시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림항에서 출항한 배는 15분 정도 지나면 비양도 선착장에 닿는다. 선착장에는 몇 척의 고깃배가 한가롭게 떠 있고, 비양도를 알리는 몇 개의 안내판이 있어 읽어본다.

 

  선착장 앞 비양리보건진료소 옆 호돌이식당 앞에 이르러 섬 주민에 어디로 가는 것이 좋으냐고 물으니 작은 섬이라 어느 쪽으로 가든지 한 바퀴 돌면 된다고 쉽게 대답했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섬 한바퀴

 

  우리는 점심시간을 포함하여 섬에서 체류하는 시간을 2시간으로 잡고 왕복 배편을 끊었으므로 우선 마을을 찬찬히 돌아볼 겨를도 옷이 섬을 한 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호돌이 식당, 민정이네식당, 쉼 그대머물다 카페를 지나 해안길로 들어선다. 이 길은 마을의 동쪽, 본섬이 바라보이는 오른쪽 해안 길이다.

 

  섬이 지닌 독특한 갯내를 맡으며 걷기 시작했다. 돌담이 아름다운 집 몇 채를 지나서 만나게 되는 것은 ‘한림초등학교비양분교장’. 어딘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이 들어 살펴보니 폐교된 학교였다.

 

  몇 해 전까지 교사 한 명에 학생 두 명이 등교하는 배움의 터전이었으나 이들이 모두 졸업해 지금은 문을 닫은 채 덜렁 서 있다. 어느 섬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인구가 줄고, 더구나 젊은 사람들은 섬을 떠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갯가에 선인장을 닮은 천년초 군락 너머 검은 화산석이 즐비한 해안 뒤로 멀리 우리가 출발한 한림항과 희미하게 한라산의 윤곽이 시야에 들어온다.

 

 

 

섬의 유일한 연못, 펄랑못

 

  발전용 풍차 두 개가 어 있는 한전 비양도 발전소를 지나 펄랑못으로 이어지는 해안 길, 날씨가 좋고 바다가 잔잔하여 걷기에 적당하다.

 

  바닷물이 지하로 스며들어와 만들어진 '펄낭'이라는 이 호수는 길이 500m, 폭 50m의 초승달 모양의 염습지이다. 작은 섬의 연못치고는 꽤 넓은 편이다. 바다와 통하므로 조수간만(潮水干滿)에 따라 펄랑못 수위도 바뀐다고 한다. 다양한 염생 생물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제법 큰 규모의 습지 둘레로는 탐방로가 잘 닦여 있어 여유를 갖고 걷기에 좋다.

 

  연못 주변에는 정자와 돌탑이 서 있고, 주민들의 안녕과 소원을 비는 제단도 있다. 돌탑 역시 소원을 비는 뜻으로 세운 듯하다.

 

 

암석 소공원, 애기업은 돌 과 코끼리바위

 

  펄랑못을 지나자 섬의 앞쪽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바다에 불쑥 검은 화산 바위가 솟아오른 모습이 진풍경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선 ‘애기 업은 돌’이라고도 부르는 ‘용암 굴뚝 ’호니토(Hornito)다.

 

  국내 비양도에만 있는 용암원추체는 천연기념물 439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것은 용암류가 지표를 흘러가면서, 지표의 식물이 연소되어 생긴 메탄가스나 물이 많은 지역을 흘러갈 때 생긴 수증기에 의한 압력으로 그 내부의 용암이 표면 밖으로 뿜여져 나와 쌓여 형성된 경사가 큰 용암원추체이다.

 

  용암이 솟아오르던 모양 그대로 굳은 용암 굴뚝은 예전엔 비양도 해안을 따라 무척 많아 진풍경을 연출했으나 그간 육지로 반출되거나 훼손되어 지금은 절반쯤 남았다고 한다.

 

 

  한참을 바다 가운데 바위를 바라보다 눈을 돌리니 길가로 길게 진기한 돌들을 전시해 놓았다. 비양도 암석 공원이다. 이곳 전시물들은은 주름처럼 펼쳐진 용암 구조물인 ‘파호 이호리 용암 해안’과 비양도에 있는 다양한 형태의 용암 구조물들이다.

 

 

  용암 굴뚝 해변을 지나니 거대한 코끼리 한 마리가 눈길을 끈다. 코끼리바위는 비양도의 또 다른 굼부리가 파도와 바람에 침식되어 지금의 모양만 남은 것이다. 바위에 구멍이 뚫린 모양이 코끼리의 몸체와 코의 형상을 그대로 빼닮았다. 그 주변에는 커다란 화산탄도 즐비하다.

 

 

  화산탄에 시선을 뺏겨 걷는데 물질을 끝내고 수확한 소라, 전복 등 해산물을 바퀴 차 짐 캐리어에 싣고 돌아가는 해녀 두 분을 만났다. 많이 잡았냐고 물었더니 오늘은 꽤 많이 잡았다며 씩 웃었다.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는 이들의 강인한 정신에 경의를 표했다.

 

 

이어지는 해안길

 

  바다를 오른쪽으로 끼고 한낮의 햇빛을 받으며 걷는 바닷길은 갈대와 돌들이 친구가 되어준다. 화산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광이다. 바닷길이 끝나고 길을 따라 한참을 걸으니 아래로 마을이 보이고 움푹 팬 분화구도 보인다.

  분화구는 습지를 이룬 채 잡목들이 가득 채웠다. 풍광을 즐기며 계속 걷는데 좌측으로 ‘비양오름길 탐방로 안내’ 표지판이 보였다.

 

 

비양봉과 하얀 등대 가는 길

 

  탐방로 입구부터는 가파른 계단이다. 계단 옆으로는 푸른 소나무들이 우거지고 다시 이어지는 계단 옆으로는 뽕나무도 지천이다. 계단 끝에서 우거진 조릿대 숲을 지나고 보리수나무가 우거진 계단을 다시 오르니 소나무와 억새 너머로 깊이 파인 굼부리 건너 정상에 우뚝 선 하얀 등대가 손에 잡힐 듯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 오르니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진다. 확 트인 시야에 마음마저 시원해진다. 바다 건너 한라산과 제주 본섬의 서쪽 해안 풍광이 시원스레 펼쳐졌다. 발아래엔 비양리의 알록달록한 지붕들이 푸른 바다와 어우러지며 그림 같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온 보람이 느껴진다.

 

 

  전망대를 지나 등대까지는 계단도 없고 가파른 비탈길이다. 듬성듬성 소나무가 자라고 갈대숲이다.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 구간 비탈을 오르니 정상의 비양도 등대가 맞이한다.

 

 

무인 등대인 비양도 등대

 

  등대를 끼고 한바퀴 돌며 주변 풍광을 감상한다. 항상 그렇듯이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특별하다. 등대를 중심으로 양쪽에 비양봉 굼부리(큰굼부리와 작은굼부리)가 펼쳐져 있다.

 

  분화구 주변에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비양나무의 자라고 있어 제주도 기념물 제48호로 지정되어 있다. 속 시원히 뚫린 사방 조망이 발길을 붙잡지만, 여행자는 발길을 돌릴 수밖에. 하산은 올랐던 길을 만나 마을로 내려서면 된다.

 

 

드라마 촬영지, 비양도

 

  돌담을 끼고 앉은 마을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마을에는 조그마한 교회와 절, 아담한 소방서와 카페, 그리고 몇 개의 식당이 있다.

 

  마을 앞에는 비응도 표지석과 2022년 4월부터 방영을 시작한 tvN 주말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촬영지, 또 2005년 SBS 드라마 ‘봄날’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는 대형 조형물이 서 있다. 그만큼 풍광이 예쁜 섬이라는 것을 홍보하는 것이리라.

 

 

  돌아가는 배 시간에 앞서 서둘러 입도할 때 처음 보았던 호돌이식당으로 향했다. 호돌이식당에서 내놓은 보말죽(고동죽)은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토음식이다. 호돌이식당의 돌담에는 빈 껍질에 알록달록 색을 칠한 소라들로 장식되어 섬의 운치를 한껏 높였다.

 

 

◎상세정보

 

교통 : 한림읍 한림항에서 ‘천년호’(09:00, 12:00, 14:00, 16:00)와 ‘비양도호’(09:20, 11:20, 13:20, 15:20)가 운항한다. 비양도에서는 한림항에서 들온 배가 15분지나 출발한다. 출발 30분 전에는 선착장에 도착해야 하고, 신분증이 있어야 승선할 수 있다.

 

또 왕복 모두 같은 회사의 배만 이용할 수 있다. 요금은 왕복 9,000원. 기상에 따라 운항이 중지될 수 있으니 사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배편 문의 : 천년로 064-796-7522 / 비양도호 064-796-3515)

 

식당 : 호돌이식당(064-796-8475), 고사리2020(064-796-0334), 보말이야기(064-796-8422), 아람식당(010-8662-8489), 민경이네식당(064-796-8973) 등에서 보말죽 등을 내놓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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