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내여행기 및 정보/- 부산. 경남

경남 밀양, 하얀 쌀밥꽃 아래 정자에서 ‘달의 연인’ 속삭이는 듯…

by 혜강(惠江) 2019. 5. 9.

 

화려한 봄을 수놓은 경남 밀양

하얀 쌀밥꽃 아래 정자에서 ‘달의 연인’ 속삭이는 듯…

 

밀양=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01.경남 밀양시 부북면 위양지의 완재정 주변에 활짝 핀 하얀 이팝나무 꽃이 잔잔한 수면에 반영되며 화려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정면에서 완재정을 바라볼 수 있는 남쪽 제방에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경남 밀양에 수산제가 놓인다. 전북 김제 벽골제, 충북 제천 의림지와 함께 2000년 전에 만든 3대 저수지다. 하지만 요즘 밀양에서 수산제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찾는 저수지가 있다. 위양지(位良池)다. 이팝나무와 정자가 수면에 반영되며 그려내는 풍경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워서다.

 위양지는 밀양시 부북면 위양리에 있다. 위양이란 양민(良民) 즉 백성을 위한다는 뜻이다. 양량지(陽良池)로도 불린다. 축조 연대는 정확하지 않지만 통일신라시대에서 고려시대 사이로 여겨진다. 임진왜란으로 무너진 것을 인조 12년인 1634년 밀양부사 이유달(李惟達)이 다시 쌓았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에는 주위가 4~5리(약 2㎞)에 이르는 큰 저수지로 수많은 전답에 물을 대었다 한다. 저수지 안에 다섯 개의 섬을 만들고 사방의 제방에는 나무와 꽃을 심어 은자(隱者)들이 소요하는 곳이었다고도 한다. 이후 못의 규모는 축소돼 현재 못 둘레는 166m에 불과하다. 두 개 섬은 저수지 가운데까지 논이 확장되면서 사실상 뭍이나 다름없게 됐다.

 동쪽에 있는 세 개의 섬은 다리로 연결돼 있다. 그 가운데 섬에 완재정(宛在亭)이라는 정자가 올라앉아 있다. 조선시대 선조 때 학산(鶴山) 권삼변(權三變·1577~1645)이 정자를 짓고자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1900년 그의 후손들에 의해 단정하고 소박한 세 칸 집으로 완성됐다. 드라마 ‘달의 연인’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다리 입구에 물속 깊이 뿌리 내리고 하얀 꽃을 복스럽게 달고 있는 이팝나무가 화려한 봄을 알리고 있다. 흰 꽃이 쌀밥과 같아 이밥나무 혹은 입하(立夏) 무렵 꽃이 피어 입하나무라 한 것이 음이 변해 이팝나무가 됐다는고 한다.

 돌다리를 건너 완재정으로 갈 수 있다. ‘비밀의 화원’으로 들어가 것처럼 느껴지는 길을 지나 완재정에 닿는다. 남쪽으로 열린 좁은 문을 통해 위양못을 내다보면 수면 너머로 못 둑을 거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물과 숲과 하늘이 문 안으로 가득 들어온다.

 위양못을 에두르는 산책로가 있다. 못 가에는 왕버들, 수양버들, 이팝나무, 소나무, 팽나무 등과 같은 오래된 나무들이 둘러서 있다. 연둣빛 잎들을 매단 왕버들 가지가 수면으로 뻗어 있다. 그 사이로 흙길을 자박자박 걷는 맛이 각별하다. 숲 중간중간 벤치가 놓여 있어 쉼을 제공한다.

 제방 중간 즈음 완재정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곳에 포토존이 마련돼 있다. 좁은 문 속에 사람들이 오간다. 그 오른쪽으로 이팝나무 하얀 꽃이 절정으로 향하며 완재정을 뒤덮고 있다. 바람이 없는 아침나절 잔잔한 물 위로 주변 풍경이 모두 담기며 데칼코마니를 빚어낼 때 형언하기가 어려울 만큼 압도적인 풍광을 펼쳐낸다.

 

 

02. 고색창연한 멋을 뽐내고 있는 퇴로고가마을 흙돌담.


 위양지 둘레길을 벗어나 야트막한 야산을 지나면 고색창연한 퇴로고가마을에 닿는다. 호젓하면서도 아늑한 마을 흙돌담을 따라 걷다 보면 여주 이씨 종택인 이씨 고가를 만난다. 항재 이익구 선생이 1890년 퇴로리에 들어와 지은 고택이다. 100여 년 동안 5대에 걸쳐 보존된 전통적인 가옥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

 하남읍 수산리에 있는 수산제는 조선시대 지리책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에 나온다. ‘둘레가 20리다. 고려 김방경 장군이 농지에 물을 댈 수 있도록 제방을 쌓아 일본 정벌(1차 1274년, 2차 1281년)에 나서는 고려·몽골연합군의 군량을 갖추었다’고 전한다. 앞서 ‘세종실록지리지’(1454년)에는 ‘길이가 7 28보인데, 무너져 있으나 쌓지 않았다’고 적혀 있다.

 

03. 하남읍 수산리 수산제에 자연 암반을 뚫어 만든 돌수문.


 

 자연 암반을 뚫어 만든 수문이 남아 있다. 너비와 높이가 각각 1m와 1.5m 정도이고 길이는 25m다. 1986년에 발견돼 1990년 경남도 지방기념물 제102호로 지정됐다. 저수지 주변이 정비복원되고 자연생태보존 공간 광장, 피크닉 광장 등이 포함된 역사공원이 조성중이다.

 


▒ 여행메모
‘밀양 3대 신비’·돼지국밥 등 즐길거리
16∼19일 제61회 밀양아리랑대축제 


  대구부산고속도로 밀양나들목에서 빠져 24번 국도를 타고 시청·밀양연극촌 방향으로 가다 부북면소재지를 지나 밀양연극촌 직전에 58번 국도로 가면 도로 옆에 위양리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을 지나 왼쪽으로 들어가면 위양못이다. 못 앞에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있다.


 

 


 밀양은 돼지국밥이 유명하다. 육수의 기본을 소뼈로 해 잡냄새도 없고 깔끔하다. ‘밀양 3대 신비’로 꼽히는 표충비(사진), 얼음골, 만어사 경석과 더불어 시례호박소, 월연정, 재약산 등 볼거리가 많다.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 제61회 밀양아리랑대축제가 개최된다. ‘아리랑의 선율, 희망의 울림’을 주제로 ‘밀양강 오딧세이’, 아리랑 주제관 등 모두 42개에 이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10여 종의 지역 문화관광자원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관광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밀양행운찾기’ ‘밀양역사탐방’ ‘스탬프 투어’와 ‘아랑규수 선발대회’ ‘농업&먹거리 상상관’ 등의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출처] 2019. 5.8 / 국민일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