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기장 바다여행
야구ㆍ태권Vㆍ월드컵…해안가 이색 등대 찾아볼까
기장=글ㆍ사진 최흥수기자
▲기장 대변항 부근 이색 등대. 왼쪽부터 닭볏등대, 마징가Z등대, 태권V등대, 월드컵 등대. 기장=최흥수기자
멸치와 미역으로 유명한 대변항은 기장을 대표하는 항구다. 4~5월이 제철이지만 요즘도 대변항에서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멸치를 소금에 절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바닷물 머금은 싱그러운 미역을 다듬거나 말리는 풍경이 일상이다. 대변항 남측 죽도 입구에는 30여개 포장마차가 싱싱한 해산물을 펼쳐 놓고 입맛을 유혹한다. 삶의 활력이 넘치는 대변항과 기장 바다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자주 등장한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하고 물개하고 수영하면 누가 이길 것 같노?" 장동건과 유오성 주연의 영화 '친구'의 어린 시절 주인공이 물장구치는 장면을 촬영한 곳도 바로 대변 해안이다.
▲대변항에선 멸치를 소금에 절여 멸치젓을 담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한 어민이 대변항에서 미역을 다듬고 있다.
이색 등대를 찾아보는 것도 기장 바다 여행의 재미다. 대변항 인근 연화리 포구에는 ‘젖병등대’와 ‘닭볏등대’가 마주보고 있다. 모양이 이름 그대로다. 일반 등대처럼 크지 않아 조형물처럼 보이지만 포구를 드나드는 작은 배의 길잡이 노릇을 톡톡히 해내는 실제 등대다. 5.8m 높이의 젖병등대 몸통은 114명 어린이의 손과 발을 프린트해 구운 도자기로 장식했다. 등대와 연결된 방파제에는 1970년대부터 출생률이 적혀 있다. 인구 감소라는 국가적 고민과, 다산과 풍요라는 희망을 동시에 표현하고 있다. 닭볏등대 앞에는 청렴을 강조한 목민심서의 한 대목이 적혀 있다. ‘청렴실천다짐길’이라 이름한 계단으로 등대 위까지 올라 갈 수 있게 만들었다. 마주보는 두 등대는 어린 아이가 태어나 훌륭한 인물로 성장하길 바라는 뜻이 담겼다.
▲대변항 인근 연화리의 젖병등대.
▲피버노바를 품은 월드컵등대. 대변항 방파제를 400m 걸어가면 나온다.
▲대변항 해상 방파제의 마징가Z등대와 태권V등대.
닭볏등대에서 바다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해상 방파제 양쪽 귀퉁이에 ‘장승등대’가 등을 마주하고 서 있다. 남녀 장승을 형상화한 의도인 듯한데, 실제로는 머리 부분이 로봇 모양과 비슷해 ‘마징가Z등대’ ‘태권V등대’로 더 알려졌다. 그 건너편에는 2002한일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를 품은 ‘월드컵등대’가 우뚝 솟아 있다. 대변항 북측 방파제를 따라 400m를 걸어 들어가면 웅장한 위용을 볼 수 있다. 등대 주변은 대한민국을 월드컵 사상 첫 4강에 올려 놓은 히딩크 감독의 얼굴과 월드컵의 역사를 알리는 타일로 장식돼 있다.
이곳에서 죽성리 앞바다까지는 좁은 해안도로로 연결된다. 바다 전망이 좋은 곳마다 카페가 줄줄이 들어서 있다. 죽성리 방파제를 지나면 해안도로가 끝난다. 기장군청 방면으로 들어갔다던 도로는 일광해수욕장에서 다시 해안으로 이어진다. 일광해수욕장은 바다가 복주머니처럼 둥글게 안으로 파고 든 지형이다. 정면으로 보면 방파제 양끝과 지평선이 연결돼 있어서 여느 해수욕장처럼 광활하다기보다 아늑하다. 넓지도 좁지도 않은 백사장은 오붓하게 겨울 바다 산책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일광해수욕장에는 바다 전망이 좋은 카페가 다수 있다.
▲한적한 일광해수욕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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