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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수상 및 후보시

2018 중앙시조 대상작 : 첨부서류 / 김삼환

by 혜강(惠江) 2019. 1. 2.

 

2018년 중앙시조 대상작

첨부서류 / 김삼환



중요한 말을 묶어 별지로 첨부하니

조용할 때 열어보고 답신을 보내줘요

가을날 맑은 하늘에 뭉게구름 모습으로

 

가슴이 떨릴 때만 연락하라 하셨으니

어제 오늘 한꺼번에 여러 장을 썼어요

물들어 붉은 노을에 낙엽 몇 잎 떨구며

 

때로는 의미 없이 주고받던 말을 모아

첨부한 옛날 얘긴 열지 말고 기다려요

환절기 옷을 꺼내듯 파일 명을 바꿀 테니



김삼환 : 1992년 『한국시조』로 등단. 시집으로 『묵언의 힘』등이 있다.

 

 

 

중앙시조대상·신인상 심사평

◆심사위원=이정환, 오승철, 박진임


일차적으로 두 분의 예심위원이 총 열한 분의 작품을 골랐다. 본심위원들은 그 중 세 분의 작품을 각각 골라 대상 후보로 추천하기로 했다. 그 결과 네 분의 작품이 본심 최종 후보에 올랐다.
  
‘버릴까?’의 경우 우리 현실에 밀착된 시적 소재와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는 점이 강점으로 부각됐다. ‘반구제기(反求諸己)’ 또한 일상의 소재를 취하면서도 철학적 무게가 느껴졌다. ‘우도 땅콩’은 제주 사람들의 삶에 기반을 둔 독특한 소재와 주제를 다루며 그것을 서정적으로 잘 승화시키고 있다는 평가였다. ‘첨부 서류’는 우리 삶의 친숙한 주제인 상실과 그리움의 정서를 다루면서 시적 완성도가 빼어나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다.

 

후보작들은 모두 올해 시조단의 모범적인 수확물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그런 만큼 토의 범위도 확대되고 대조적인 의견도 활발하게 개진됐다. 의견을 교환하며 다시 살핀 결과 김삼환 시인의 ‘첨부 서류’가 대상작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시상의 통합성이 돋보이며 시어의 구사력이 탁월하여 평이한 듯하면서도 강한 정서적 울림을 지닌 작품이라고 보았다.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나 버린 대상을 향한 그리움이 ‘첨부 서류’와 ‘파일명’이라는 은유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수작이라 평가했다.
  
같은 방식으로 신인상 본심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은 ‘사랑’ ‘악어의 시간’ ‘슬픈 자화상-나혜석을 다시 읽으며’ ‘아버지의 말’이었다. ‘사랑’과 ‘악어의 시간’의 신선한 시적 감수성도 높이 샀다. ‘슬픈 자화상-나혜석을 다시 읽으며’의 경우, 담백한 시어와 선명한 전언을 통한 주제 의식의 발현이 돋보였다. ‘아버지의 말’이 보여준 예리한 관찰력도 놓치고 싶지 않은 미덕이었다. 오랜 토론 끝에 백점례 시인의 ‘아버지의 말’을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신선한 비유와 묘사의 힘도 뛰어나고 그 묘사한 바를 주제와 연결시키는 솜씨도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점에 심사위원들이 동의했다.   
  

<관련기사>

 

 

주술에 걸린 것처럼 시가 말을 걸어왔다

백성호·정아람 기자

 

 

26일 오후 서울 중구 월드컬처오픈 코리아에서 제37회 중앙시조대상·신인상, 제29회 중앙신인문학상 시조부문 시상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김삼환 중앙시조대상 수상자, 백점례 중앙시조신인상 수상자, 이현정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 수상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6일 오후 서울 중구 월드컬처오픈 코리아에서 제37회 중앙시조대상·신인상, 제29회 중앙신인문학상 시조부문 시상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이하경 중앙일보 주필, 김삼환 중앙시조대상 수상자, 백점례 중앙시조신인상 수상자, 이현정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 수상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특히 지난해 가을 이후 올해 겨울에 이르기까지 무슨 주술에 걸린 것처럼, 누가 불러주는 말을 제가 받아 적는 것처럼 평소보다 많은 시가 제게 말을 걸어 왔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말없이 보내준 선물인 것만 같습니다.”

 

2018 중앙시조대상 시상식 열려
올 한해 마감하는 시조단 큰 잔치
김삼환·백점례·이현정 시인 수상

 

시조 ‘첨부서류’로 올해 중앙시조대상을 받은 김삼환(60) 시인의 수상 소감이다. 시상식장에서 그의 ‘지난해 가을’을 아는 지인들은 눈을 감았다. 김삼환 시인이 ‘누가 불러주는 말을’ 받아 적었는지, 그가 왜 ‘평소보다 많은 시가 말을 걸어왔다’는 고백을 했는지 알기 때문이다. 김 시인은 지난해 가을 아내를 잃었다. 강원도로 가는 여행길이었다. 길 위에서, 차 안에서 느닷없이 아내의 심장이 멎었다.
 
2주 전 중앙시조대상 당선 통보를 대전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고속도로 위에서 그는 들었다. “저는 이렇게 길 위에서 기쁜 소식을 들으며 일상의 삶을 영위합니다만, 또 어떤 사람은 길을 따라 멀고 긴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길은 우리의 삶이 언제나 희비가 엇갈리며 살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삶이라는 길을 걷고, 그의 시조는 그 길 위에서 피어난다. 
 
26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소문로 월드컬처오픈(WCO) 코리아 2층 강당에서 중앙일보 시조 시상식이 열렸다. 제37회 중앙시조대상과 중앙시조신인상, 제29회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중앙시조백일장 연말장원) 합동 시상식이 전국의 시조시인과 수상자 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올 한해 시조단의 마지막을 장식한 시상식은 ‘시조 시인들의 축제’였다. 신인의 패기와 선배 시인의 격려, 심사위원들의 예리하면서도 울림 있는 심사평 등 보기만 해도 흐뭇한 자리였다.
 
중앙시조신인상 수상자 백점례(59) 시인은 “시조를 쓴 지 10년째다. 그동안 시조를 쓰는 일이 내 몸에 딱 맞는 옷을 입는 것처럼 즐거웠다. 이제는 삶의 모든 것을 시조와 함께할 수 있어 행복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중앙신인문학상 시조부문 수상자 이현정(35)씨는 “며칠간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신인문학상 당선은 닿지 못할 꿈이었는데, 꿈의 목록에만 있던 활자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시간이었다”며 “저는 심사평에서 ‘멋있는 시적 전략도 구사하지 않고’라는 대목을 ‘구사할 줄 모르면서 제멋대로 쓴 것 같은데 가능성 있어 보인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시조가 널리 사랑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작품을 많이 쓰겠다”고 수상의 감격을 풀어놓았다.
 
시조단을 대표해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지엽 이사장이 축사를 했고, 시상식 사회는 시조시인 정용국씨가 맡았다. 시상은 중앙일보 이하경 주필이 했다. 
 

<출처> 2018. 12. 27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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