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국맛집 정보/- 맛집

어복이든 우복이든 치즈향 나야 진짜

by 혜강(惠江) 2018. 2. 1.


맛기행


어복이든 우복이든 치즈향 나야 진짜



석창인(석치과 원장, 일명 밥집헌터)





능라도의 어북쟁반



 음식의 유래와 함께 그 명칭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미식(美食)의 첫걸음입니다. 식도락에서도 조금 색다른 음식 이름이나 식 재료 등에 관한 작은 정보만 알고 있으면 어디서건 저처럼 전문가 행세를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독특한 이북 음식 이야기입니다. 어복쟁반은 어북쟁반이라고도 불리는데 평양의 저잣거리에서 생겨난 음식인 것은 분명하지만, 나머지 정보들은 거의 출처가 정체불명이고 오리무중입니다. 혹간, 평양의 기방음식이라고 하는 분들도 계신데 이는 틀린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어복쟁반이라는 표현도 우리나라 음식 명칭을 정할 때는 먹을 수 있는 것을 뒤로 두는 법칙이 있기 때문에 쟁반어복이 맞지 어복쟁반이라는 표현은 약간 생뚱맞습니다. 이는 쟁반짜장의 경우와도 비슷한데 짜장쟁반이라 하면 쟁반까지 먹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된장뚝배기처럼 그릇이 뒤로 오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최근 경향이지 어복쟁반이라는 요리가 만들어질 때는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1970년대 이전까지는 언론인 홍승면 선생님의 글에서 보듯 ‘어복장국’이라고 불렀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장국 대신에 놋 쟁반을 뜻하는 쟁반이 떡 하니 자리를 잡았더라는 것이죠.

 그런데 어복이냐 어북이냐를 따지는 것보다는 우복이냐 어복이냐 논쟁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어복이라고 하니 임금님이 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렸다는 견강부회도 있지만, 사실은 소의 아래뱃살, 즉 우복(牛腹)을 말합니다. 평양의 시장바닥 음식에서 유래되었다고 위에 설명했듯이 한양에 있는 임금님과는 전혀 연관이 없기 때문이죠. 또한 소의 유통(젖가슴 살)은 고기 부위 중에서도 가장 싼 부위이기 때문에 저잣거리에서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청담 피양옥의 어복쟁반



  또 하나 생각해 볼 것은 유통이 주요 재료라면 서울 을지로의 남포면옥 스타일이 모범답안이라는 것이죠. 어복쟁반의 재료는 통상 유통, 양지머리 편육, 우설, 머리고기, 계란 등과 각종 채소류입니다. 여기서 유통이 들어간다면 당연히 국물에는 젖비린내나 치즈향이 은근하게 올라와야 맞습니다. 남포면옥의 어복쟁반이 딱 그 맛입니다. 식사로는 남은 국물에 만두나 냉면 사리를 넣어 먹는 것이 정석이고요.

 그런데 서울의 일부 평양요릿집이나 냉면집에서는 유통 대신에 먹기 편한 양지 편육만을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과연 어복쟁반이라고 칭해야 하는지 고민이 따르긴 합니다. 하지만 세상은 원래 점점 좋은 방향으로 진화하는 것이고, 음식도 사람들이 먹기 편한 재료 위주로 바뀌는 것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 서울 을지로입구역 남포면옥의 어복쟁반


 

○ 능라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산운로32번길 12 (분당구 운중동 883-3), 031-781-3989,

어북쟁반 10만 원(대), 6만 원(중)
○ 피양옥

서울 강남구 삼성로133길 14 (청담동 32-6), 02-545-9311

어복쟁반 9만 원(대), 6만 원(소)
○ 남포면옥

서울 중구 을지로3길 24 (다동 121-4), 02-777-3131

어복쟁반 8만 원(대), 6만 원(소)



<출처> 2018. 2. 1 / 동아일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