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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수상 및 후보시

2018 한경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새살 / 조윤진

by 혜강(惠江) 2018. 1. 1.


2018 한경(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새살 /  조윤진

 

입 안 무른 살을 혀로 어루만진다 
더없이 말랑하고 얇은 껍질들 
       

사라지는 순간에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세계들이 뭉그러졌는지 세어본다
당연히 알 수 없지

시간은 자랄수록 넓은 등을 가진다

행복과 안도가 같은 말이 되었을 때
배차간격이 긴 버스를 기다리지 않고 타게 되었을 때
광고가 다 지나가버린 상영관에 앉았을 때 
나는 그렇게 야위어 간다 

뚱뚱한 고양이의 부드러운 등허리를 어루만졌던 일
운동장 구석진 자리까지 빼놓지 않고 걷던 일
그런 건 정말 오랜 일이 되어 
전자레인지에 돌린 우유의 하얀 막처럼 
손끝만 대어도 쉽게 쭈그러지지 

톡 건드리기만 해도 감당할 수 없어지는 
만들다 만 도미노가 떠올라 나는 
못 다 한 최선 때문에 자주 울었다 
잘못을 빌었다 

눈을 찌푸릴수록 선명해지는 세계 

얼마나 더 이곳에 머무르게 될지 
아직 알 수 없지 

부드럽게 돋아났던 여린 세계들 
그런 세계들이 정말 있었던 걸까 

 

 

<조윤진 시인 약력>

 

*1995년 서울 출생.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재학 중.

*2018년《한국경제》신춘문예 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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