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동양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궤나
전영아
궤나가 되었으면 한다
호흡이 멈춘 내 몸을 천장天葬으로 뉘면
살갗은 독수리의 몸을 타고 바람에 흩어지고
오롯이 희디흰 정강이뼈만 남으리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내 정강이뼈를
아프게 품어 줄 사람하나 가졌으면 한다
그가 떨리는 손에 내 정강이뼈를 고쳐 잡고
사막에 남겨진 고적한 발자국
긴 속눈썹을 가진 낙타의 순한 눈빛
초원에 골고루 슬어놓은 어린 나귀의 울음소리
그것들을 궤나에 실어 추억해 주었으면 한다
아! 나는 미어지는 것들을 어디에다 죄 잃어버리고 왔을까
바람불고 구름 흩어질 때
야윈 내 정강이뼈를 훑고 지나가는
저 살빛 낮달도 슬펐으면 한다
어쩌다 한 번 피는 연보라 적운란보다
스탭에만 산다는 바오밥 나무보다
먼 곳에 있지 않은
궤나가 되었으면 한다
이성아
1970년 경남 밀양 출생
한국방송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제38회 방송대문학상 시 당선
제35회 계명문화상 시 가작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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