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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수상 및 후보시

2015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 달을 쏘다 / 이창규

by 혜강(惠江) 2015. 1. 4.

 

 

                    2015 농민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달을 쏘다

 

                                                             이창규

 

 

                  중산간 올라서면 한 뼘 거리 달을 향해

                  새총으로 쏘아 올린 유년의 기억 한 점

                  포물선 궤적을 뚫고 어느 별에 닿았을까

                    태반처럼 둥글게 휜 별자리 밟아가던

                    전생 어느 좌표에서 길 잃은 흔적들이

                  무통의 바다 저편에 징검돌을 놓고 있나

                  결손만 이체하는 세월 앞에 낯이 붉어

                  따스하게 덥히는 온점으로 돋는 시간

                    먼발치 가늠하라며 부표 하나 떠오른다

 

 

 

 

 

 

                          신춘문예-시조 당선 소감

 

               삶도, 꿈도 결국은 바닥에늘 고개를 숙이며

 

 

36구로 중무장한 진법을 깨뜨리겠다는 욕심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어설픈 초식으로는 깰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가 바로 시조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2009년 어느 날, 시조의 맛과 멋을 슬쩍 흘려보내 주신 김선호 시인은 이러한 좌고우면의 시간을 예견하였을까? 1930년대 초창기 신춘문예 당선작부터 최근 문학상 수상작에 이르는 작품을 필사해 온 대학노트의 마지막 페이지를 졸작이나마 당선작으로 마감할 수 있다는 가슴 벅찬 소회가 5년여 세월을 거슬러 오른다.

 

 결국, 도달한 곳은 바닥이었다.

 

 유년기에 쏘아올린 기억 한 점이 오늘 제자리에 돌아왔다. 그리고 네가 밟고 있는 바닥은 저 달이 받쳐주는 하늘의 끝자락이야라고 내게 속삭인다.

 

바닥에 서는 것이 정상에 우뚝 선다는 것보다 더 외로울 것이라는 상상을 하곤 했다. 때로는 상상이 현실이 되기도 한다. 이제 내 이야기를 풀어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한다. 온점같이 따스하게 세상을 보듬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작품을 선택해 주신 두 분의 심사위원 선생님과 영광스러운 자리에 세워주신 농민신문사 여러분께 감사의 절을 올린다. 바닥을 내려다보기 위해 항상 고개 숙이는 자세로 민족문학의 뿌리이며 원형인 시조공부에 정진 또 정진하겠다는 각오를 밝히면서 당선의 기쁨을 자애로운 부모님과 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아들 승준이와 함께 나누고 싶다.

 

 ●이창규 1963년 충북 제천 출생 2011년 제14회 공무원문예대전 시조부문 국무총리상 수상

                2012·2013·2014년 중앙시조백일장 5월 장원 행우문학회장, 충북시조문학회원

 

 

   

                                  신춘문예-시조 심사평

 

                 유년의 꿈과 현재적 삶이 잘 어우러진 수작

 

 

  민족문학의 본류인 시조의 본래 정신을 살리면서도 미래지향적 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조를 찾아내는 일이 이번 심사의 초점이었다.

 

 최종심에 올라온 작품은 10명의 53편이었다. 그 가운데 공교롭게도 두 심사위원이 주목한 작품이 정확히 일치했는데 <동지> <죽녹원 풍경> <달을 쏘다>였다. 세 작품 모두 만만찮은 시력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관찰력과 언어감각을 갖추고 있었다.

 

 <동지>는 혹한의 서막인 동지 무렵 가장들이 감내해야 하는 삶의 현실을 잘 그려냈지만 지나치게 외형 묘사에 그쳐 대안 제시가 미흡했다. <죽녹원 풍경>은 대나무 숲을 통해서 본 올곧은 삶과 존재의 의미를 형상화했는데, 지나친 논리의 비약과 종결어미의 부조화가 흠으로 꼽혔다.

 

 그에 비해 <달을 쏘다>는 유년시절 달을 향해서 가졌던 꿈을 되새겨보면서 퍼즐을 맞추듯이 현재의 삶을 되짚고, 미래를 모색하는 모습이 한 편의 동화를 읽듯 명징하게 그려진 수작이다.

 

 결손만 이체하는 세월 앞에 낯이 붉은현실에 대한 진단과 부표 하나로 다가서는 처방은 결코 우연히 쓰인 작품이 아니라는 신뢰로 여겨져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당선을 계기로 시조 문단에 새로운 기운을 진작시켜줄 것을 기대한다.

 

                                                           이근배<시조시인민병도<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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