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경 속에 감추어진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
초가을 자연이 빚어낸 보물을 찾으러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강원도 양구, 보물의 이름은 두타연이다. 한국전쟁 후 60여 년 동안 인간의 손때를 타지 않은 순수한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곳이다. 흔히 양구 지역을 한반도의 정중앙이라 표현한다. 마라도와 독도 등 우리 땅의 꼭짓점을 연결하면 만나는 한 점이 이곳이다. 남북생태계와 동북 생태계가 마주치는 계곡은 매우 아름답다.
양구의 두타연은 금강산 가는 길목(금강산까지는 32㎞)으로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곳이다. 두타연이라는 이름은 1,000년 전 이 자리에 있었다는 두타사라는 사찰에서 유래했다. 휴전선에서 발원한 수입천 지류의 민간인 출입통제선 북방에 자리 잡고 있어 60여 년간 출입이 통제되어 사람들의 발길이 불허된 금단의 땅이었으나 2003년부터 두타연 자연생태관광코스로 개방되었다. 오래도록 숨겨졌던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를 느낄 수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민통선 내에 있는 이유로 반드시 사전 출입신청을 해야 관광할 수 있었으나, 2013년 11월 19일부터 당일 출입 관광이 가능해졌다.
두타연과 계곡의 아름다움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조금은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하다. 방산면 평화누리길 이목정안내소나 반대쪽 월운저수지 근처의 비득안내소에서 두타연 출입신청서와 서약서를 작성, 신분증과 함께 제출하면 태그(위치추적목걸이)를 받은 후 도보 또는 자전거로 들어가면 된다. 두타연 주차장까지 차량을 이용하여 갈 사람은 이목정안내소에서만 출입이 가능하다.
두타연 입구는 이목정안내소에서 3.7km 지점의 두타연 주차장 맞은편이다. 안내소에서 두타연까지는 이목교를 지나 소지섭 길을 따라 올라간다. 두타연 주차장까지 도보나 자전거, 차량 이동이 모두 가능하며, 자전거는 안내소에서 대여해준다. 도보로는 50분가량 걸린다. 차량을 이용한 우리는 이목정안내소에서 절차를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했다.
두타연 탐방을 위해 거칠 곳은 두타연 입구의 ‘소지섭 길 51k 두타연 갤러리’다. 일명 ‘소지섭 갤러리’로 유명하다. 배우 소지섭은 영화 촬영으로 양구군을 찾으면서 민통선 안 자연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고 강원도 DMZ 일대를 배경으로 2010년 포토에세이집 『소지섭의 길』을 출간하면서 양구군과 깊이 교류하게 되었고 그가 좋아하는 숫자 51에 착안하여 총 51km의 소지섭 길을 만들었다. 갤러리는 하얀 외벽의 단층 건물로 매우 단순한 구조다. 전시실은 소지섭이 영화와 드라마 촬영 때 입었던 의상과 스틸 사진으로 소박하게 꾸몄다.
우리 일행은 차량으로 관광안내소와 간이매점이 있는 두타연 주차장까지 올라갔다. 관광안내소에서 활동하는 문화해설사의 설명과 안내를 받고, 관찰 데크를 따라 본격적인 탐방에 들어갔다. 초가을인데도 북방 계곡인 두타연은 나뭇잎이 다 떨어져 가을색이 짙게 배었다.
통칭 두타연이라고 부르는 이 일대에서 가장 멋진 곳은 금강산에서 흘러내려 오는 물이 바위 사이를 헤집고 떨어지며 형성된 높이 10m의 폭포와 폭포 아래 너른 소 일대를 일컫는다. 20m의 암석이 병풍을 두른 듯 둘러친 암벽 아래로 수정같이 맑은 물살이 폭포를 만들며 흘러내린다.
극심한 가뭄탓에 유수량은 많지 않으나, 주위의 산세가 수려한 경관을 이루며, 오염되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천연기념물인 열목어의 국내 최대서식지로 알려졌고, 이 외에도 금강모치, 쉬리, 배가사리, 돌상어, 새크미구리, 미유기, 꺽지의 집단 서식처로 확인되었다.
두타연의 오른쪽의 암벽에는 신비함을 간직한 3평 정도의 작은 동굴이 있는데 보살이 덕을 쌓는다는 보덕굴이다. 출입동국여지승람(1486)에 따르면 인조 때의 임경업 장군이 수도한 곳으로 알려졌다.
폭포 위아래에는 두타연의 물줄기를 감상할 수 있는 관찰 데크(전망대)가 세 군데 설치되어 있다. 폭포 위 바위에 설치된 관찰 데크에 오르면 발아래 절경이 펼쳐지고, 탐방로를 따라 출렁다리를 건너면 폭포와 소, 소를 에워싼 바위 안벽의 보덕굴까지 정면에서 볼 수 있다.
물이 맑고 깨끗한 두타연에는 오염되지 않은 곳에 산다는 열목어를 비롯해 다양한 물고기들이 서식하고, 탐방로를 걷는 동안 금낭화, 큰꽃으아리 같은 들꽃은 물론 올괴불나무, 쪽동백, 회목나무 등 다양한 식물도 관찰할 수 있다. ‘두타(頭陀)’는 라는 뜻이 삶의 걱정을 떨치고 욕심을 버린다는 뜻을 가진 이곳은 그 이름에 걸맞게 자연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숨 막히도록 아름답다.
두타연을 감상한 뒤 주차장 우측 탐방로를 따라 잠시 오르면 양구전투위령비가 서 있다. 피의 능선 전투, 단장의 능선 전투, 백석산 지구전투, 도솔산 지구전투, 가칠봉 전투 등 지난 1951년 국군 방어 교전으로 민족상잔의 비극을 거치는 동안 양구 땅에서 전사한 영혼을 위로하는 곳이다. 그 앞에 서니 절로 고개가 숙어진다.
길은 곧바로 조각공원으로 이어진다. 조각은 전쟁의 비극을 일깨우는 작품들로서 자료는 주로 철과 돌을 사용하여 강한 인상이 돋보이는데, 탱크, 미사일, 대포 등이 전시되어 전투의 이미지를 크게 부각했다.
60여 년간 철조망과 지뢰밭이 보호해 준 탓에 이곳은 원시의 자연 그대로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1천 년 전 두타사란 절이 있었다는데서 연유된 이름인데 지금은 두타연 위로는 두타사 터가 있다. 출입금지를 알리는 철조망 뒤 우거진 수풀 속에 축대를 포함한 일부가 남아 있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원시의 풍경 속을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가는 18㎞의 생태관광코스는 우리 꽃과 나무를 찬찬히 둘러보며 자연 속에 몸과 마음을 씻어내리는 훌륭한 삼림욕 코스가 된다. 인위적인 기교가 더해지지 않은 태초의 자연. 그것이 두타연이 지닌 최대 매력이다
본래 두타연의 탐방 코스는 이목정안내소에서 비득안내소까지 12㎞, 도보 3시간 코스지만, 공사 중이어서 이날 탐방은 두타연을 크게 한 바퀴 도는 코스로 만족해야만 했다. 징검다리와 출렁다리, 이목교, 소지섭 길, 지뢰체험장을 둘러보았다.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역삼각형 모양의 빨간 '지뢰' 표지판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낮은 철조망은 위협이 되지 않아도 지뢰 표지판은 왠지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원시림에 취해 넋을 놓다가도 금세 위험지역에 있음을 자각하고 경각심을 갖게 한다. 수풀 속에 버려진 포탄 피와 낮은 고사목에 걸린 녹슨 철모가 전쟁의 비극을 상기시키며 두타연 못지않게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아이들을 동반한 관광객을 위한 지뢰체험장도 보인다.
분단, 이산가족 등 슬픈 역사가 6·25 전쟁의 상흔으로 남아 있지만, 반면 전쟁이 남긴 철조망과 지뢰밭이 아름다운 자연을 지켜주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아름다운 자연이 진정 아름다움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하루속히 이곳에 평화와 안정이 찾아들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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