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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의 원형성 간직하고 있는 육개장

by 혜강(惠江) 2013. 12. 13.

 

     

 우리민족의 원형성 간직하고 있는 육개장

 

맵고 탁한 육개장 대신 집에서 먹던 '그 육개장 맛'

 

 

 

* 가정식 육개장 *

 


  썩 괜찮은 식문화사 관련 책자가 있다. 김찬별의 ‘한국음식, 그 맛있는 탄생’. 저자 김찬별 씨는 음식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국 음식의 기원을 텍스트 중심으로 서술했다. 몇 해 전 어떤 공식 모임에서 불고기의 원류가 맥적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필자가 했던 적이 있다. 그때 외식 관련 연구자인 모 교수가 맥적이 한국 전통 구이 문화의 효시라고 강변을 했다.

 

  그러나 근거 없는 주장이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설에 따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육당 최남선이 1906년 ‘고사통’에서 맥적((貊炙)을 언급했지만 신뢰할 수 없는 설이다. 단언하면 맥적이 불고기의 원조일 확률은 0.00001%도 안 된다. 맥적을 최남선이 고구려인과 부여인이 먹었던 고기 구이라고 했지만 가상으로 꾸며낸 이야기일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

우리가 먹는 전골식 불고기(보통 서울식 불고기라고 칭하는 것)도 일본 강점기 때 일본 식문화의 영향을 받은 음식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모든 것을 팩트와 기록에 의존해 쓴 책이 바로 ‘한국음식, 그 맛있는 탄생’이다. 따라서 그 내용 자체가 꽤 신빙성이 있다. 대부분 사실에 가깝기 때문이다.


 


	육개장

 

 

  저자는 이 책에서 육개장을 소개하는 코너에 ‘한국음식의 산증인’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리고 ‘살아 있는 전통’이라고 표현했다. 근대화 과정에서 탄생한 다른 전통음식과 달리 오랜 뿌리와 원형을 간직한 음식이라는 것이다. 육개장이 개장국에서 유래했지만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 중 가장 전통성 있는 음식 중 하나고 원래의 형태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소중한 먹을거리라는 이야기다.

“오늘 날의 전통 음식 중 상당수는 외식문화의 발생에 따라 신상품으로서 탄생한 것들이다. 즉 현대의 관점에서 재탄생된 전통이다. 하지만 육개장은 묵묵히 그 자리에서 한국인의 원형성을 간직하고 있다. “

  필자도 동감이다. 육개장은 설렁탕과 더불어 한식을 대표하는 탕반이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설렁탕도 순댓국의 위세에 밀려 쇠락하고 있고 육개장은 전문식당 자체가 거의 없다. 최근 육개장으로 외식 프랜차이즈를 전개하는 곳도 생겼지만 필자는 과연 먹을 만할까 하는 우려가 먼저 앞선다. 육개장은 시스템으로 만들기 어려운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번은 먹어볼 계획이다.

  현재 시중 음식점에서 맛있는 육개장을 먹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필자는 작년 ‘서울에 육개장 맛있게 하는 음식점 없나요?’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제대로 된 육개장을 먹고 싶어 아무리 물색을 해도 그런 육개장을 먹기가 힘들다는 관점의 기사를 썼다. 필자는 육개장에 관한 집착이 있다. 서울 출신으로 소싯적 맛있는 육개장을 자주 먹으면서 성장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도 맑은 국물의 다소 칼칼한 육개장은 정말 맛있는 먹을 거리였다. 한 그릇을 다 비워도 속이 편안했다. 그리고 다른 곰탕이나 사골국과 달리 여러 번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서울과 경기도 출신 중년층에게 가끔 듣는 이야기가 있다. 어머니 (혹은 할머니)가 끓여주던 육개장만큼 맛있는 음식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 태생이었던 돌아가신 필자의 어머니도 육개장을 나름 맛있게 끓였고 역시 서울 출신 장모님의 육개장 솜씨도 시중 식당 육개장보다는 훨씬 맛있다. 그리고 잘 안 해주긴 하지만 아내가 끓인 육개장도 그런대로 먹을 만하다. 그러나 음식점 육개장은 대부분 필자가 기억하는 그 맛이 아니다. 왜 그렇게 맵고 탁하기만 한지.


 


	육개장

 

  육개장은 정말 맛있는 먹을거리였다. 그래도 육개장을 제대로 하는 지역이 대구, 경북지방이다. 특히 대구광역시에서는 육개장을 대구 향토음식으로 선정했다. 육개장을 향토음식으로 지정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작년에 토론회도 하고 출발은 좋았지만 어째 진행되는 후속 소식이 없다.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아쉽다. 얼마 전 잘 아는 지방 출신 식당업주에게 육개장을 해보라고 추천을 했다. 그런데 결과물은 ‘영 아니올시다’였다. 그 업주의 고향에서는 육개장이라는 메뉴 자체가 없었다. 다른 음식은 꽤 잘하지만 육개장은 그렇지 못했다. 처음으로 육개장을 만들어 시식할 때 필자는 아예 안 하는 것이 낫다고 솔직히 자문을 해주었다.

 

 

집에서 먹던 그 육개장 맛 같은 <광릉한옥집> 육개장 


  며칠 전 음식점에서 정말 오래간만에 맛있는 육개장을 먹었다. 경기도 남양주시 광릉수목원에서 가까운 <광릉한옥집>. 인근에 일이 있어 이 집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전에 이 집에서 메밀쌈불고기와 평양냉면을 먹은 적은 있지만 육개장은 처음 먹어본다. 반찬인 김치와 백김치 모두 다 맛있다. 원래 평양냉면에 곁들여지는 백김치지만 육개장에도 제공한다. 숙성 정도와 염도 등이 조화롭다. '아삭아삭' 맛있어서 육개장과 관계없이 자꾸 손길이 간다. 배추김치도 맛깔스럽다. 최소한 이 식당은 김치가 맛있는 곳이다.  

              


	육개장

 

 

  한우육개장(8000원)을 주문했다. 사실 별 기대를 안 했다. 필자는 음식점 육개장에 대한 기대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육개장에 숙주가 없었다. 한우는 엉덩이살을 사용했고 사골이나 잡뼈를 안 넣고 순수하게 고기로만 국물을 냈다. 진짜배기 육개장의 기본인 맑은 국물이다. 고기도 육개장의 정석대로 결대로 찢었다. 탕반 역시 정석대로 밥을 투하했다. 국물은 다소 매콤하지만 옛날에 먹던 서울 가정식 육개장 원형에 가깝다. 이곳 주인장의 고향은 경기도 광릉이다. 집에서 만든 것처럼 손맛이 있다. 맑고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난다.

  전반적으로 슴슴하면서 맛깔스럽다. 안동 <옥야식당>처럼 고기의 고명이 푸짐하지는 않지만 국물 맛의 품격이 느껴졌다. 입에 짝짝 달라붙는 맛이 있어 별도로 포장주문까지 했다. 육개장의 장점은 하루에 여러 번 먹어도 안 물린다는 점.

 


	광릉한옥집 외관

 

 

  가정에서 육개장을 맛있게 먹었던 내력을 지닌 필자의 입맛 기준으로 이 정도 육개장이면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쌀도 가장 비싼 고시히카리로 밥을 지었다. 육개장 국물을 남김없이 싹 비웠다. 포장해 집으로 가지고 가서 여러 번 먹은 육개장 역시 제맛이 났다.
<광릉한옥집>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부평리 602-1 (031)574-6630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blog.naver.com/tabula9548)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외식업 컨설팅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외식콘셉트 기획자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맛집’은 대부분 사전 취재 없이 일상적인 음식점 방문으로 콘텐츠를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출처> 2013. 12. 12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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