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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문학기행(국내)

우포시조문학관, 우포늪과 어우러진 이우걸 시조 시인의 문학세계

by 혜강(惠江) 2022. 3. 26.

 

 

우포시조문학관

 

우포늪과 어우러진 이우걸 시조 시인의 문학세계

 

 

글·사진 남상학

 

 

 

 

 

 "지상의 모든 나무는/ 수행 중인 선사들이다/ 태양을 걸쳤다가 노을 속에 서 있다가/ 이제는 나목이 되어/ 눈보라를 입고 계시다.//세찬 비, 바람인들 편한 시간이었으랴/ 꽃에서 열매로, 녹음에서 단풍으로/ 한 세상 가파른 길을/ 끝없이/ 보여주시니" - 이우걸(1946~ )의 「겨울나무들」 전문

 

  3월에 접어들었지만 아직은 나무들이 나목인 채로 서 있다. 우포시조문학관을 찾아가는 길은 그래서 황량하다. 우포시조문학관은 시조 시인 이우걸의 문학을 조명할 수 있는 문학관으로 생태계의 보고인 창녕 우포늪 언저리에 있다.

 

  우포늪은 경남 창녕군 유어면·이방면·대합면에 걸쳐 있는 자연 늪지를 일컫는다. 낙동강 지류인 토평천 유역에 1억4000만 년 전 한반도가 생성될 시기에 만들어졌다. 담수 면적 70만 평으로 국내 최대의 자연 늪지다. 1997년 7월 26일 생태계보전지역 가운데 특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고, 이듬해 3월 2일 국제습지 조약 보존 습지로 지정되어 국제적인 습지가 되었다.

 

 

 

 

  이곳에 문학관을 세우고자 하는 노력은 애초에는 시인의 뜻이 아니었다.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우포늪을 지키고 보전하기 위해 정성을 다하고 있는 ‘사단법인 푸른우포사람들’측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사단법인 푸른우포사람들’은 우리나라 최초로 우포늪 지킴이를 자처하고 출범한 환경단체다. 그들의 활동영역은 다양하다. 우포 자연학습원 운영, 생태학습 실시, 외래종(황소개구리, 붉은귀거북, 베스, 블루길 등) 개체 줄이기, 폐그물 걷어내기 등을 비롯한 쓰레기 수거, 토종물고기 놓아주기, 불법 낚시 및 사냥 감시활동 등 우포늪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 앞장서고 있는 단체다.

 

  처음 당사자인 시인은 ‘푸른 우포 사람들’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현역인 문인의 이름을 딴 문학관 건립은 이례적이라는 점과 아직도 부지런히 활동하고 있어 시기상조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푸른우포사람들’은 우포늪에 창녕 출신 이우걸 문학과 생태환경을 접목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며, 또 현대 시인의 문학관은 여럿 있지만, 시조 문학관은 없다는 점, 더구나 그가 창녕 출신으로 정년이 되어 고향 창녕으로 돌아와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음을 들어 꾸준히 설득했다.

 

  그 노력의 결실이 이루어져 우리의 시조가 무궁한 생명의 보고 우포늪과 함께 푸르게 성장하길기원하면서 2016년 ‘(사)푸른우포사람들’ 건물 2층에, 본인의 요청에 따라 ‘이우걸문학관’이 아닌, ‘우포시조문학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하게 되었다. 본인의 이름을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겸손함 때문이다.

 

  창녕군 이방면 안리(목포길 99), 우포시조문학관으로 가는 길은 그리 쉽지 않으나 내비게이션에 '푸른우포사람들' 혹은 '우포시조문학관'을 치면 도착한다. 철새도래지, 천연 자연 늪지인 우포늪을 보려면 그만한 공은 들여야 하고, 또 문학관을 만나려면 논둑 길과 숲속 길을 지나 한참을 걸어가는 수고를 해야 한다. 멀리, 노랑부리저어새, 큰 부리 큰기러기, 큰고니, 청둥오리 등 철새들이 겨울을 나고 있는 자연 늪지를 지나면 우포시조문학관에 닿는다.

 

 

 

 

  1층은 전시 갤러리, 2층은 이우걸문학관, 3층은 이우걸 시조 시인의 집필실로 구성했다. 165㎡(25평) 규모의 문학관은 아담하다. 전시실에는 이우걸 시인이 등단한 문예지 현대시학(1973년)은 물론, 지금까지 출간한 주요 작품과 문학 연보, 사진, 이 시인의 발자취가 담긴 책 50여 권이 전시돼 있다. 시인이 걸어온 길은 벽면에 연보로 설명하고 있다.

 

  3층에는 그의 집필실이 마련돼 있다. 크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평온하게 펜을 잡고 시를 쓸 수 있는 장소다. 이곳에서는 매달 두 번 시조를 배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문학 강의도 열고 있다.

 

 

 

 

  옥상에는 목포 쪽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열리는 집필실도 있다. 우포늪은 4개 늪으로 이뤄지는데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이다. 우포시조문학관은 작고 소박하지만, 우포늪만이 가진 청정한 자연환경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1946년 경상남도 창녕에서 태어난 그는 그가 태어난 고향 창녕을 사랑했다. 고향에 대한 기억 속에는 우포늪이 선명히 남아 있었기에 문학관을 우포늪에 세웠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2003년 펴낸 시조집 『맹인』에 실린 「늪」이 그 배경을 잘 설명해 준다.

 

  “햇볕 들다 만 고요의 수렁이라도/ 늪에는 범할 수 없는 초록의 혼이 있다/ 우포는 수십만 평의/ 그 혼의 영토다.//새가 와서 노래를 낳고/ 풀씨가 꽃을 피우고/ 깨어져 혼자 떠돌던 종소리도 쉬다 가지만/ 생명의 여인숙 같은/ 이곳엔/ 거절이 없다.//편한 대로 닿아서/ 스스로 생을 가꾸는/ 배려와 위안의 따뜻한 나라여/ 늪에는 범할 수 없는 초록의 혼이 있다.”  - 「늪」 (출처 : 시조집 『맹인』)

 

 

 

 

  그는 영락없이 우포의 시인이었다. 1946년 창녕군 부곡면에서 태어난 이 시인에게 고향에 있는 우포늪은 문학적 토양이 됐다. 경북대학교 역사교육학과,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을 나온 그는 1971년 학보에 발표된 「엽서」, 「코고무신」 등에 대한 김춘수 교수의 격려로 문학에 뜻을 굳히고, 1972년 손병현, 이동순, 이현우 등과 동인지 『선실』을 창간하여 2집까지 펴냈다. 1973년 『현대시학』을 통해서 등단하였다. 이어 동인지『현대전(現代傳)』의 창간 구성원으로 활약하였다.

 

  1982년 김교한 시인 등과 함께 마산시조문학회를 결성하고, 1989년 마산시조문학회를 경남시조문학회로 개칭하고 회장이 되었다. 1996년 마산문인협회장, 1997년 『시조시학』 제2대 주간, 2003년 『서정과 현실』 창간, 2007년 『오늘의 시조』 창간, 2010년 한국시조시인협회 기관지 『시조미학』을 창간했다.

 

 

 

 

  저서로는 『저녁 이미지』(1988), 『우수의 지평』(1989), 『사전을 뒤적이며』(1996), 『나는 아직도 안녕이라고 말할 수 없다』(1998), 『그대 보내려고 강가에 나온 날은』(2000), 『맹인』(2003), 『지상의 밤』(2004), 『나를 운반해온 시간의 발자국이여』(2009), 『네 사람의 노래』(2012), 『주민등록증』(2013), 『처음에는 당신이 나의 소금인 줄 알았습니다』(2016) 등이 있다. 그리고, 2016년 등단 후 내놓은 500여 편의 시 중 40편을 엄선해 『이우걸 대표 작품 선집』이 있다.

 

  "무릇 시란 정신의 핏빛 요철이므로/ 장님도 더듬으면 읽을 수 있어야 하리/ 집 나간 영혼을 부르는/ 성소의 권능으로// 얽힌 말의 실타래 같은/ 이미지의 굴레 같은/ 그 터널을 절뚝거리며/ 내 독자는 걸어 왔구나/ 그러나 양파 속이여/ 아 들어날/ 허방이여." 


  이우걸 시집 『나를 운반해온 시간의 발자국이여』에 수록된 작품이다. 공감이 가는 시이다. 시인이 살아온 삶의 길이 시가 되어야 할 것이고, 시인이 살았던 시대의 정신이 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시적 리얼리티를 자신의 현재성과 밀착시킨 그의 시학은 그의 작품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말한다.

 

  "나는 내 시조들이 새로우면서도 우리가 안고 사는 세상의 여러 고통을 위무하는 시가 되었으면 한다. 설사 모기만한 소리라도 진심을 담아서 내 시조를 읽고자 하는 독자를 향하여 조심조심 다가가고 싶다. 이 생각이 나의 시론이다."   - 이우걸의 「전통, 그 미힉적 관점」에서 언어미학적 관점 

 

 

 

 

  교장, 교육장 등 교육에 종사하면서 경남문인협회 회장, 오늘의 시조학회 회장, 경남문인협회 회장, 경남문학관 관장, 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을 지냈다. 제2회 중앙시조대상 신인상(1983), 성파시조문학상(1990), 정운시조문학상(1991), 제14회 중앙시조대상(1995), 이호우시조문학상(2000), 경남시조문학상(2002), 제40회 한국문학상(2003), 가람시조문학상(2008) 등을 수상했다.

 

 

 

 

  이우걸문학관을 개관한 사단법인 푸른우포사람들은 이우걸 문학세계를 집대성하고, 겨레의 정서를 가장 잘 담는 그릇이라 할 수 있는 시조 문학의 연구와 발전을 위해 이우걸문학관을 개관하고, 북 콘서트, 시조 낭송회, 문학토론회, 작가와의 만남, 시조 문학 세미나, 우포시조문학제 등을 개최하고 있다.

 

  이우걸문학관 관람을 마친 나는 주변 우포늪을 걸으며 그의 시조 한 편을 떠올려 본다. “능금은 없다 능금은 없다/ 첫사랑 마음 같은 시월 하늘 아래/ 영글어 빛난다 해도/ 달디 단/ 능금은 없다./그렇다 가슴에 우렁 껍질 흩어놓고/ 때 되면 날아가는 우포늪 철새처럼/ 담담히 나를 다스릴/ 떨켜 같은/ 손이 있을 뿐" -  이우걸의「이별 노래」 전문

 

 

 

 

  역시 넌지시 건네는 수줍은 편지 같은 이별을 고해야 할 때, 우포늪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떠나는 발길이 그의 이별 노래처럼 아쉽기만 하다.

 

 

◎상세정보

 

*주소 : 경남 창녕군 이방면 목포길 99 (안리 1390-1)

*전화 : 055-532-8989

*입장료 : 무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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