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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관련/- 문학기행(국내)

청송 객주문학관 탐방, 장터와 ‘길 위의 작가’ 김주영

by 혜강(惠江) 2022. 3. 9.

 

청송 객주문학관

 

장터와 ‘길 위의 작가’ 김주영, 『객주』의 모든 것

 

 

글·남상학

 

 

 

 

 


"걷고 또 걸어도 문득 고개를 들면 그런 길바닥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하였다."
-<객주> 10권 44쪽

 

 

  경상북도 청송은 대하소설 『객주』의 작가 김주영(金周榮, 1939~ )이 태어나 자란 곳으로 그의 문학적 터전이 된 곳이다. 김주영은 자신이 자라난 곳을 가리켜 “보이는 것은 머리 위 하늘과 사방의 산뿐”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그만큼 첩첩산중 외딴 마을이라는 말이다.

 

  1939년생인 그는 푸른 소나무의 고장 ‘청송(靑松)’에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진보면 장날이면 나이 어린 소년 김주영은 책가방을 팽개치고 구경 삼아 장터를 돌아다녔다. 볼거리 없는 시골에서는 장날이 마을 축제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감수성 예민한 산골 소년 김주영은 가난 속에서 장터를 누비며 허기와 외로움을 운명처럼 체득했다. 장터를 놀이동산 삼고 자란 그에게 작가로서의 토양이 되어준 것도 그래서 장터였고, 장터에서 보아온 것은 보부상들이었다.

 

 

 

 

청송, 그리고 김주영과 『객주』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나온 그는 1963년 안동 엽연초생산조합에 입사하여 1970년까지 근무했다. 그러나 작가의 꿈을 놓지 않았던 그는 팔도의 장터를 마당처럼 누볐다. 길 위에서 먹고, 길 위에서 자고, 길 위에서 글을 썼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1971년 월간문학 신인상 공모에 단편 「휴면기」가 당선된 것이다. 문단에 나온 김주영은 단편 「마군우화(馬君寓話」(신동아, 1973.10), 「과외수업」(월간중앙, 1974.9) 등과 장편 『목마 위의 여자』(1976) 등을 발표했다. 초기에는 유년기의 암울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존재에 대한 회의와 허무를 그렸다.

 

  1978년 이후, 그는 1883년까지 무려 4년 9개월 동안 장돌뱅이들의 행로를 따라 저잣거리를 치열하게 답사하며 드디어 보부상들의 애환과 시대상을 담은 장편 대하소설 『객주』를 『서울신문』에 1,465회에 걸쳐 연재함으로써 ‘길 위의 작가’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는 보부상 작가다. 보부상은 ‘보상’과 ‘부상’을 합친 말이다. 보상은 보자기나 걸망에 걸머지는 봇짐장수를, 부상은 등이나 지게에 지고 다니는 등짐장수를 가리킨다.

 

 

 

 

 『객주』는 조선 후기 상인사회를 중심으로 조선 말기에서 근대로의 자생적 이행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정의감과 의협심이 강한 보부상 천봉삼을 주인공으로 하여 보부상과 노비, 부패한 관료, 농민 등 사회 각계 층간의 갈등과 유착을 향토색 짙은 토속어와 속어로 거침없이 풀어냈다.

 

  1984년 아홉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온 『객주』는 1984년 유주현문학상을 받았다. 그러나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홉 권이 나온 뒤 30여 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2013년, 『서울신문』과 인터넷 교보문고에 5개월 동안 연재된 끝에 완결판 10권으로 완성됐다.

 

  그는 10권으로 완성편을 내면서 “당시 4년 9개월 만에 연재를 마칠 때 이야기가 다 끝난 게 아니라 내가 역사에 대한 지식이 달려 더는 쓸 수 없다고 판단해 ‘중단’한 것이었다. 그래서 주인공 천봉삼을 죽였어야 하는데, 마지막 회에 산 채로 이야기를 끝맺었다.”면서 “이번에 객주 10권에서 천봉삼을 주인공으로 진짜 그 끝을 맺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40세에 ‘객주’ 연재를 시작해 “40대를 다 바쳤다.”라고 했던 김주영은 70세가 돼 ‘객주 완결편’이란 이름으로 ‘객주 10권’을 완성했던 것이다. 그만큼 『객주』는 김주영 작가에게 있어서 보부상의 길을 따라가며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역동적인 역사적 산물이었다.

 

 

 

 

  1983년과 2015년에 KBS 2TV에서 드라마로 제작 방영되었다. 그리고 만화가 이두호에 의해 만화화되었다.

 

 

 

 

  이만큼 『객주』는 피지배자인 백성의 처지에서 근대 역사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대하소설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었다는 점과 높은 수준의 소설적 재미를 제공하면서 토속적이고 한국적인 정서를 가장 탁월하게 재현해내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주영은 『객주』 외에도, 『머저리에게 축배를』, 『활빈도』, 『천둥소리』, 『겨울새』, 『아들의 겨울』,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화척(禾尺)』, 『홍어』, 『멸치』, 『야정(野丁)』, 『빈집』, 『아라리 난장』, 『뜻밖의 생』, 『광덕산 딱새 죽이기』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1983년 『외촌장 기행』으로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했고, 『화척』으로 이산문학상을, 『홍어』로 대산문학상을, 『멸치』로 김동리문학상을, 『아라리 난장』으로 무영문학상을 수상했다. 또, 2007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청송에 우뚝 선 '객주문학관'

 

 

  청송군은 청송이 낳은 자랑스러운 작가 김주영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세기 말 조선 팔도를 누빈 보부상들을 중심으로 민중 생활사를 생생하게 그려낸 작가 김주영의 대하소설 『객주』를 테마로 하여 2014년 객주문학관을 개관했다.

 

  조정래의 아리랑문학관, 태백산맥문학관, 나태주의 풀꽃문학관과 같이 작품 제목을 문학관 이름을 붙였다. 그만큼 그 작품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가 크다는 뜻일 것이다.

 

  폐교된 진보 제일고 건물을 증·개축하여 문을 연 객주문학관은 전체면적 44,481㎡ 규모의 3층 건물로 되어 있다. 객주를 중심으로 작가의 문학 세계를 담은 전시관과 소설 도서관, 스페이스 객주, 영상교육실, 창작 스튜디오, 세미나실, 연수 시설 그리고 작가 김주영의 집필실인 여송헌(與松軒)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카페, 창작관, 다용도관 등의 부대시설도 갖췄다.

 

 

 

 

  넓은 운동장에는 소설 객주의 주인공인 보부상의 얼굴 모습과 도시락을 든 남매상 등 여러 조형물이 설치됐다. 객주문학관의 입구에는 2014년 6월 객주문학관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이재효 아티스트의 특별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청송의 특산물 사과를 모티브로 하여 사과나무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문학관 관람은 ‘김주영 작가실’이라는 부제가 붙은 3층 전시실에서 시작한다. 3층의 제1전시실은 사람 좋은 얼굴로 천진하게 웃고 있는 작가의 사진 위에 ‘길 위의 작가, 김주영’이라 적혀 있다.

 

  전시실은 유리벽 속에 재현된 작가의 방을 중심으로 소년, 청년, 객주의 작가,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작가의 면면까지 다양한 김주영 작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지독히 가난했던 어린 김주영의 삶과 그 한(恨)을 문학으로 풀어냈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생계를 걱정해야 했던 청년의 사진이 있고, 소설을 위해 장돌뱅이처럼 전국을 돌아다니던 시절 그와 함께했던 카메라와 철필, 사전, 노트, 녹음기가 있다.

 

  전시실 한쪽에서 작가가 직접 녹취한 장터사람들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그들의 음성은 그의 걸음이며 그렇게 채집된 우리말 노트가 11권 분량이다. 동선의 끝에 그의 노트가 펼쳐져 있다. 깨알 같은, 정말 깨알만 한 글씨다. 소설가 이문구는 김주영의 노트를 보고 ‘이것은 그의 피다. 피를 흘리는 김주영의 모세혈관’이라고 했다.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벽에는 서울신문에 연재되었던 소설 ‘객주’가 연도별로 나열되어 있다. ‘객주’는 1979년 6월부터 1984년 2월 말까지 4년9개월 동안 1천465회에 걸쳐 연재되었다. 군데군데 지면의 자간과 줄 간에 작가의 메모가 빼곡하다. 하나의 단어를 찾기 위해 밤새 사전을 뒤적였다던가. 작가의 지독스러운 철저함에 자괴감이 든다. 특히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말이지만, 작가가 객주에 사용했던 토속적인 우리말은 천천히 읽다보면 고유의 정감과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2층의 제2전시실인 ‘소설 객주실’은 보이지 않는 호랑이와 함께 시작된다. 내부에는 소설의 인물들과 보부상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조형물들이 있고, 전시실 한쪽에서 작가가 직접 녹취한 장터사람들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그들의 음성은 그의 걸음이며 그렇게 채집된 우리말 노트가 11권 분량이다. 동선의 끝에 그의 노트가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들 길 위의 삶과 함께했던 지게며 멍석, 저울, 사발, 목침, 저고리 등이 전시되어 있다.

 

 

 

 

  또, 객주문학관은 ‘스페이스 객주’라는 기획 전시관을 통해 사진전, 미술전 등 다양한 전시회를 선보여 지역민들과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객주문학관은 김주영 작가의 작품에 관한 자료 등 기본적 직능 외에도 지역민과 소통하고 지역 사회의 문화·예술 환경 조성에 이바지하며 여러 장르 예술인들의 창작 공간으로 폭넓게 운영되고 있다.  청송군 진보면은 객주문학관과 함께 그의 생가 및 주막, 전통시장 등을 복원하여 보부상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테마마을도 조성되어 있다.

 

  객주문학관에 왔다면 진보전통시장 내에 있는 ‘청송객주국밥’(054-874-0090)에 들러 국밥 한 그릇 먹고 가자. 그 식당에는 진보면의 작가 김주영의 작품들이 자랑스레 꽂혀 있다.

 

 

 

 

 

◎상세정보

 

►주소 : 경북 청송군 진보면 청송로 6359 (진보면 진안리 353)

►전화 : 054-873-8011

►관람 : 여름철 09:00~17 : 30, 겨울철 09:00~17:00

►휴무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 당일, 추석 당일

►관람료 : 개인 어른 2000원 / 청소년·군경 1500원 / 어린이 1000원 / 단체 어른 1500원, 청소년, 군경 1000원, 어린이 500원. *현재는 객주문학관 개관 홍보 기간이므로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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