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27) : 겟세마네 동산, 겟세마네교회
감람나무 우거진 동산에 세운 겟세마네 교회 (일명 만국교회)
글·사진 남상학
*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이 핏방울로 변하도록 기도하시는 장면, 겟세마네 동산에 있는 조형물
예수님이 체포당하신 겟세마네 동산은 감람산의 서쪽 기슭에 있다. 동산이라고 해야 별로 크지 않으나 지금도 이곳에는 오래된 감람나무가 있다. 겟세마네 동산 아래쪽에 있는 만국교회의 정원에는 아름드리 정도의 몸통을 가진 몇 백 년 이상 된 감람나무들이 정원을 채우고 있는데, 그 중에는 예수님 당시부터 있었다는 2000년이 넘는 감람나무도 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몇 천 년은 될 것 같았다.
감란산 너머 동쪽 아래쪽은 베다니가 위치하고 있고, 중간 지점에는 벳바게가 있는데, 예수께서 예루살렘 성에 입성하실 때 베다니를 거쳐서 벳바게에서 어린 나귀를 타시고 감람산을 넘어 예루살렘 성으로 입성하셨다.
특히 겟세마네 동산은 예수님께서 저쪽 건너편 마가의 다락방에서 최후의 만찬을 드신 후 제자들과 함께 기드온 골짜기를 지나 여기까지 오셨고, 잡히시기 전날 밤 땀이 핏방울로 변하도록 기도하셨던 곳이다.(마태 26:36~46, 막 14:32~42, 눅22:39~46) 겟세마네란 “기름을 짜낸다”는 뜻인데, 어쩌면 예수님의 마지막 기도하실 때의 모습을 표현한 말 같아서 더욱 애절한 느낌이 든다.
“내 아버지여 만일 할만 하시거든 이 잔(盞)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임박한 십자가 고난을 바라보시면서 고통을 절감하시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세 번이나 거듭 애타게 기도하셨던 인간 예수, 그렇지만 자신의 메시아로서의 사명을 알았기에 마침내 하나님의 뜻에 순복하기로 결심한다. 아버지 하나님과 맺고 있었던 신실한 관계가 그와 같은 능력을 부여해 주었던 것이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어떠한가?
“너희가 나와 함께 한 시 동안도 이렇게 깨어 있을 수 없더냐. 시험에 들지 않게 깨어 있어 기도하라.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마태 26:40~41)
따라서 순례자들은 겟세마네 동산에서 당시 제자들을 책망하셨던 주님의 음성에 ‘깨어 기도하지 못했던’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예수께서 기도하시던 그 밤 중보를 부탁했던 제자들은 피곤에 지쳐 잠에 떨어졌고 다시금 예수께서 이들을 깨워 중보를 부탁했던 것이다. 그 밤에 자고 있던 제자들의 모습이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이 아닐까? 우리의 처지는 지금 예수님의 표현대로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해서’였을까? 아니면 아예 마음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감람산 겟세마네
고적한 산허리를 타고 밤이 내립니다.
돌 던질 만큼의 거리도
분간할 수 없는 어둠
소리도 죽고
빛도 죽고,
영혼의 등불 밝혀
깨어 있어야 할 시간에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는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홀로 가슴 뜯으며
높은 산정의 바위 끝에 앉아
올려다 본 하늘은
까마득한 침묵입니다.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盞)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1)
핏방울로 펑펑 쏟아내는
애절한 기도 땅을 적시고
모진 바람에 흐느끼는 나무처럼
영혼과 육체가 찢기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 원(願)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되기를 원합니다.’2)
싸늘한 저들의 가슴
뜨거운 사랑으로 불 붙일 수 있다면
스러지는 저들의 생명
다시 일으킬 수 있다면
나 이대로 골고다 언덕 위
피 흘리는 십자가 꼭대기에 달려
창에 찟기고 피 흘리며
당신께 드리는
소중한 제물이고 싶습니다.
- 졸고 <겟세마네의 기도>
* 예수님이 기도하는 사이 잠자고 있는 제자들 *
* 수령이 오래된 늙은 감람나무(올리브나무)는 지금도 열매를 맺고 있다. *
겟세마네교회당(만국교회)
* 각 국의 모금으로 세워진 교회라는 뜻의 만국교회(겟세마네교회) *
아름드리 올리브 나무가 서 있는 겟세마네 동산 옆에는 겟세마네교회가 세워져 있다. 이 교회는 흔히「만국교회」(The Church of All Nations)라고도 부르는데, 이것은 겟세마네교회가 파괴된 후 1919년 이 교회를 다시 건축할 때 세계 각국의 모금으로 세워졌기 때문에 불리는 이름이다.
물론 성지에 있는 다른 기념 교회와 마찬가지로 겟세마네교회의 역사 또한 멀리 비잔틴 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동안 거듭된 파괴와 재건의 과정을 거쳐서 온 것이다. 이 교회의 지붕은 12개의 돔으로 되어 있는데12명의 제자를 상징한다고 한다.
예배당 전면에 있는 4개의 큰 기둥은 마태, 마가, 누가, 요한 4개의 복음서를 상징한다. 그 기둥 위에는 이들 복음서의 저자들의 석상이 세워져 있다. 커다란 예배당의 내부는 어둡고 무거운 느낌을 준다. 아마도 겟세마네는 눈물과 피의 자리요, 고통과 아픔의 자리요, 배신과 비극의 자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교회 앞쪽 제단 앞에는 커다란 바윗돌이 자리 잡고 있다. 자연석으로 된 이 바위 주변에 가시나무 형태의 쇠 울타리가 낮게 쳐져 있고, 앞쪽 제단에는 예수님이 바위에 앉아 기도하시고 머리 위에는 천사의 모습이 그려진 벽화가 있다. 이 그림의 오른편에는 베드로가 말고의 귀를 치는 장면이, 왼편에는 가룟 유다가 예수님께 입을 맞추고 있는 그림이 걸려 있다.
2천년 전 주님께서 엎드려서 기도했던 그 바위, 땀이 땅에 떨어지는 핏방울 같았던 처절한 그 자리에 지금 내가 서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저며 온다. 물론 지금 그 바위 위에는 핏자국도 없고 땀방울도 보이지는 않지만,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며, 그 뜻에 순종하여 십자가의 길로 가신 주님의 형상이 보이는 듯 진한 감동이 온몸을 휩싸는 느낌이다.
* 겟세마네교회 옆의 감람나무 *
*겟세마네교회(만국교회) 외부 모습*
* 교회 내부의 제단과 청장 무늬와 창문 *
* 교회 제단 앞 바위가 예수님이 기도하신 바위 *
* 교회 내부에 그린 벽화(입을 맞추는 유다의 모습이 보인다) *
* 교회 출입구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일행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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