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순례 (31) : 베드로 통곡교회
닭 울기 전, 베드로가 예수를 세 번 부인한 장소
"그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 하니 곧 닭이 울더라."(마 26:74)
글·사진 남상학
* 베드로 통곡교회의 상징처럼 돔 위에 닭모양으로 장식했다. *
베드로 통곡교회는 시온산의 남쪽 중턱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에선 성전산과 감람산이 잘 보이는 곳이다. 그리고 기드론 골짜기와 힌놈의 골짜기가 내려다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이 교회는 예수님이 잡히시던 그 날 밤, 대제사장 가야바의 집에 끌려와서 심문을 받을 때에 뒤에 따라온 베드로가 죽음의 공포에 못 이겨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 부인하고 저주까지 한 후 닭이 울자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밖에 나가 심히 통곡했다는 말씀(마 26:69-75, 막 14:66-72, 눅 22:54-62)에 근거하여 세워진 교회다.
"그가 저주하여 맹세하여 이르되 나는 그 사람을 알지 못하노라 하니 곧 닭이 울더라. 이에 베드로가 예수의 말씀에 닭 울기 존 네가 세 번 나를 부인하리라 하심이 생각나서 밖에 나가서 심히 통곡하니라."(마 26:74~75)
불과 몇 시간 전에 예수를 절대 부인하지 않겠다고 장담했음에도(마태 31:35) 불구하고 베드로는 실제로 예수를 세 번이나 부인하며 저주까지 하였던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꺾이기 쉬운 것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이 교회를 여기 세운 목적도 인간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도록 하기 위함일 것이다.
교회가 자리잡은 터는 가야바의 집터(법정)로 알려진 장소이며, 457년 비잔틴 시대에 교회가 세워졌다가 이스람에 의해 파괴된 후에 1934년 프랑스의 아숨쉬옹 수도회에 의해 현재의 교회가 세워졌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모른다고 세 번 부인한 후 닭이 울자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나서 밖에 나가 심히 통곡했다는 성경 말씀에 근거하여 교회 이름을 라틴어로 ‘Galicantu’라 이름하였는데 이는 "닭이 울었다"는 뜻으로 것은 '닭울음 교회'라고도 하는데, 통상 '베드로 통곡 기념 교회'로 알려져 있다. 교회의 맨 꼭대기에는 닭의 형상화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천장의 스테인드글라스와 내부 벽 색깔이 무척 아름다운데 초대 교황이었던 베드로가 벽화로 그려져 있다. 교회 내부엔 가야바의 법정 자리가 일부 남아 있고, 지하에는 예수님 시대에 만들어진 물 저장소와 죄수들을 감금한 후 매질을 가했던 동굴 감옥도 그대로 발굴되어 있다. 동굴 천정에는 법정으로 통하는 큰 구멍이 뚫려 있는데 죄수를 심문할 때 묶어서 끌어 올렸던 구멍이라 한다. 이 모두 보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들이다.
당신은 듣는가새벽닭이 / 통곡하는 소리를
뜰에는 아무도 없고 / 별들도 잠들었는데
호올로 엎드려 / 산호빛 설움을 / 하옇게 토하는 회한의 눈물 바다
나약한 비자(婢子) 앞에서 / 세 번 거듭 부인한 비굴한 마음
배신의 가슴 뜯으며 얼굴 묻고 / 흐르는 눈물 하염없이 탄식한다.
당신은 듣는가 / 새벽 닭이홰치는 소리를 / 뒤늦게 뉘우치는 어리석음
나목(裸木)처럼 손을 펴고 / 캄캄한 어둠을 흔들어 깨우는 / 푸른 종소리
천길 만길 깊은 잠속으로 떨어져 / 악몽을 꾸다가 / 이제사 어둠을 터는 냘갯짓
부시시 눈을 뜨는 영혼 / 눈물 씻는 새벽이여!
- 졸고 '새벽 닭 울 때' 전문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예수님이 갇혔던 감방으로 여겨지는 곳의 벽에 예수님의 형체로 여겨지는 사람 모양의 형체가 찍혀 있다는 사실이다. 수도회에서는 이곳을 '거룩한 동굴'(Sacred Pit)이라 하여 성스럽게 여기고 있다.
* 베드로통곡교회로 들어가는 길(상), 가까이서 본 교회 *
* 교회의 모습, 맨 아래는 교회 현관문에 장식된 부조 *
*교회 내부와 중앙 천장의 모자이크 *
* 가야바 법정으로 올라가는 돌계단, 가야바의 법정 자리(하) *
* 교회 지하 계단으로 내려가서 만나는 지하 감옥과 구멍 *
* 예수님의 형체가 보이는 듯한 벽면과 가야바의 감옥 *
* 교회 뜰에 세워놓은 베드로상(상), 통곡하는 베드로(하) *
* 유월 식사를 마치고 시온산에서 겟세마네 동산으로 오르는 예수님과 제자들(상), 로마 병사에게 끌려가시는 모습(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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