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백령도 두무진>
시(詩)
백령도
-섬은 잠들지 않았다
남상학
섬은 잠들지 않았다. 낮에도 밤에도 결코 잠들 수 없었다. 안개 덮인 새벽 미명 마을을 깨우는 전령처럼 어둠을 걷어 올리는 새벽닭 울고 낯선 사람의 그림자를 쫓아 숨죽이며 뜬눈으로 밤을 새운 개들이 경계의 시선을 풀지 않은 채 컹컹 아침 점호를 시작한다.
쩌렁쩌렁 야성(野性)의 소리로 골짜기를 흔들어 깨우는 흑룡 사나이들의 구령 소리가 낮은 산언덕을 넘으면 어느새 깃발이 산등성이에 내걸리고 햇살이 파편처럼 덮이는 대지는 나른한 낮잠에 취할 새도 없이 온통 콩 볶는 소리로 자욱하다.
어느덧 땅거미 지고 낮은 포복으로 어둠이 기어들어 암흑의 바다 해안선을 따라 게, 고둥, 까나리 들이 떼 지어 몰려들어 손에 손잡고 철책을 치고, 온갖 풀벌레들이 두 눈에 서치라이트를 번뜩이며 사방을 검색하는 사이 하늘의 별들마저 잠들지 않고 불침번을 서서 날밤을 새운다.
삼백예순 날 낮에도 밤에도 잠들지 않는 섬, 그 어느 날 풍랑이 멎어 이 섬에 물안개 같은 안식이 찾아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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