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달려가 만나는 하나개해수욕장 해상관광로
한 시간 달려가 만나는
하나개해수욕장 해상관광로
글·사진 남상학
어느 가을, 미국에 이민 간 친구가 30년 만에 모국방문차 한국에 와서 옛 친구들과 함께 용유도로 나들이를 떠났다.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이면서 젊은 시절 을왕리해수욕장의 추억이 깃든 곳이기에 선택된 곳이었다.
먼저 을왕리해수욕장을 둘러본 뒤, 우리가 찾아간 곳은 무의도에 있는 하나개해수욕장, 용유도에서 다리로 연결된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의 해상관광로를 걸어보기 위해서였다. 이 관광로는 왼쪽 해안을 따라 총 길이 850m로 원점회귀형 데크로 되어 있다.
본래 ‘무의도에서 가장 큰 갯벌’이라는 뜻의 하나개해수욕장은 1km 길이의 해변에 밀가루처럼 고운 입자의 모래가 깔려 있어 해수욕이다. 해수욕 외에도 드넓은 갯벌에서의 조개잡이, 바다낚시. 갯벌체험, 캠핑, 짚라인 등 즐길 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그러나 이들은 주로 여름철에 집중되어 있어서 한겨울에는 쓸쓸하고 한가한 편이었다.
그러나 하나개 해변을 따라 왼쪽으로 해상관광로가 설치되면서 계절과 관계없이 바다 구경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더구나 해 질 무렵이면 금빛 낙조가 장관이어서 붉은빛으로 물드는 낙조를 감상하려는 사람들과 사진사들이 해안관광를 즐겨찾는다.
내가 찾아간 시간이 마침 사리때여서 밀물이 해안 턱밑까지 들어와 해상관광로가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말 그대로 해상관광로의 진가를 드러내는 모습이었다. 탐방로를 걸어 나가는 순간, 나는 마치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 되어 묘한 흥분이 느껴졌다. 눈 아래로 시선을 돌리면 물결이 출렁이고, 먼바다로 시야를 돌리면 드넓은 바다, 망망대해가 펼쳐졌다. 만조 시에 바다가 주는 넉넉함 풍요함이 온몸에 스며들었다.
그런가 하면, 해안 쪽으로는 호룡곡산 해안절벽, 주상절리와 기암괴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장관을 연출했다. 모양에 따라 이름을 붙인 주먹바위, 망부석, 원숭이 바위, 사자 바위와 해식동굴 등 다채로운 풍경이 눈을 즐겁게 했다.
흥분이 자자들자, 나는 문득 뚱딴지같은 생각을 해 본다. 만약 썰물이 되어 물이 빠졌을 때의 풍경 말이다. 드넓은 갯벌이 펼쳐질 것이며, 동죽, 바지락, 고동, 방 등이 지천으로 널려 있는 생명의 보고, 그야말로 보물창고가 드러날 것이 아닌가.
나는 20여 년 전 10월 어느 날, 동료들과 함께 하나개 해변 갯벌에서 조개(동죽)를 캔 적이 있다. 그때 해변은 동죽이 지천이었다. 1시간쯤 캔 양이 무려 큰 부대 한 자루, 그때의 흥분은 세월이 훌쩍 지났는데도 지금까지 생생하게 남아 있다.
다음 기회에 찾아온다면, 동죽 캐기보다는 저녁해가 저무는 낙조를 보러 올 것이다. 나이 탓일 것이다. 물 빠진 해변은 금빛으로 물들 것이고, 다시 물이 들어오면 낙조의 붉은 기운에 바다가 파스텔을 뭉개놓은 듯한 색조로 곱게 물들어갈 것이다. 상상만 해도 즐겁다.
예전에는 배를 타고 들어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으나 이제는 다리로 연결되어 어느 때나 마음만 먹으면 올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미국에서 온 김종세 친구 내외의 기념촬영
▲해안을 따라 설치된 해상관광로와 해안 절벽의 기암괴석
▲무의도영상단지의 <천국의 계단> 세트장
▲하나개해수욕장의 한 카페
▲인적이 뜸한 하나개해변에는 사람보다 바닷새가 훨씬 많았다.
▲길이 413m인 씨스카이월드(짚라인), 손님이 없어 운행이 멈췄다.
▲해변에 3열로 줄을 지어 있는 방갈로
▲하나개해변의 조형물
가까이에 실미도, 실미해수욕장이 있고, 등산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호룡곡산(247m)·국사봉(230m)의 등산 코스도 있고, 소무의도 바다누리길이 있으니, 수도권에 이만한 즐길 거리가 있다는 건 큰 행복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