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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화(山桃花) / 박목월

혜강(惠江) 2020. 3. 3. 10:02


<출처 : 다음 블로그 '이선생(lby56)'>


산도화(山桃花)

 

- 박목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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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산(九江山)

보랏빛 석산(石山)

 

산도화(山桃花)

두어 송이

송이 버는데

 

봄눈 녹아 흐르는

옥 같은

물에

 

사슴은

암사슴

발을 씻는다.

 

   

           - 청록집(1946)

 

<시어 풀이>

산도화 : 산에 피는 복숭아꽃. 복사꽃으로도 불리며 꽃잎은 연분홍빛을 띤다.
버는데 : 기본형은 벌다, 식물의 가지 따위가 옆으로 벌어진다는 뜻.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박목월 초기 시의 전형적인 주제와 분위기를 보여 주는 작품으로, 한 폭의 정갈한 동양화를 보는 듯한 시각적 이미지로 이상화된 자연 속에 봄이 오는 정경을 묘사하고 있으며, 이상화(理想化)된 세계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평화로운 분위기를 그려 내고 있다. 그럼 점에서 이 시는 회화적이며, 관조적이다.

 


  전체 4연으로 구성된 이 시는 3음보, 7·5조의 형식미를 느끼게 하며, 시각적 이미지를 중심으로 시선이 원경에서 근경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수식어가 거의 없는 극도로 절제된 시어와 감정을 절제한 압축적 표현으로 담담하고 담백한 여백의 미를 느끼게 한다. 특히 산도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것이 아니라, ‘두어 송이피어나 있는 모습에서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 시에서 화자는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으며 시의 내용을 설명해 주지도 않는다. 단지 화자가 바라보고 있는(또는 상상하고 있는) 자연의 모습을 한 폭의 그림처럼 묘사하고 있을 뿐이다. 화자는 골짜기마다 흐르는 맑은 물, 보랏빛의 석산, 그리고 피어나는 두어 송이의 산도화를 통해 시각적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두어 송이의 꽃을 통해 여백의 미를 보여 줌으로써 이 시를 한 편의 동양화처럼 느껴지게 한다.

 

 1연에서 화자는 멀리 보랏빛을 띠고 있는 구강산(九江山)의 모습을 바라본다. 이 시의 공간적 배경인 구강산은 실제로 존재하는 산이 아니라, 시인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신비로운 공간이다. 이런 관점에서 마지막 연에 등장하는 사슴역시 실재하는 사슴이라기보다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일부를 이루는, 상상 속의 존재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이 산은 화자가 인간 세계에서 떨어진 탈속적 공간으로 설정한 것이다. ‘석산3연에 나오는 봄눈과 함께 차고 견고하고 정지된 이미지로 표현되었다.


 2연은 돌산에서 개화(開花)하는 산도화를 통해 생명의 탄생을 보여 주고 있다. ‘산도화는 도연명(陶淵明)도화원기(桃花源記)나 이백(李 白산중문답(山中問答)에 나오는 도화유수묘연거 별유천지비인간(桃花流水杳然去 別有天地非人間)”에서 보듯, 이상향인 무릉도원에서 피는 꽃인데, 석산에서 피었다고 표현함으로써 생명 탄생의 신비감과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3연에 오면 화자의 시선은 원경에서 근경으로 전환한다. (1), 산도화(2)의 원경에서 근경인 물(3)로 옮겨지고, 이어 4연의 옥 같은 물에 발을 씻는 암사슴으로 이동한다. 사슴은 동양화에서 전통적으로 자주 등장하는 소재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정경을 드러낼 때 주로 사용되는데, 이 시에서는 인간 세계와 동떨어진 공간에 암사슴을 등장시켜 봄눈 녹아 흐르는 물에 발을 씻는모습을 그려 냄으로써 생동하는 생명의 모습을 형상함과 동시에 더욱더 평화롭고 고결한 느낌이 들게 하고 있으며 동양화와 같은 정취를 표현하고 있다. 암사슴산도화’, ‘옥 같은 물과 함께 따뜻하고 부드럽고 생동하는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이것들은 앞의 석산’, ‘봄눈과 대조적인 이미지를 이루어 생동하는 생명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 이 시는 표면적으로는 이상화된 자연에 봄이 오는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 낸 한 폭의 그림과 같지만, 그 이면에서는 죽음의 세계(겨울, 돌산 등) 속에서 태어나는 생명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담담하게 노래한 것이다.



작자 박목월(朴木月, 1916~1978)

 

 경북 경주 출생. 본명 박영종. 한국시단에서 김소월과 김영랑을 잇는 시인으로, 향토적 서정을 민요 가락에 담담하고, 소박하게 담아냈다. 향토성이 강한 서정에서 출발하여 만년에는 신앙에 깊이 침잠하는 시 세계를 보였다.

 

 1939년 정지용의 추천을 받아문장에 시 길처럼·그것은 연륜이다·산그늘등이 발표 되어 문단에 나왔다.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청록파의 한 사람. 그의 시적 경향을 시기별로 살피면 다음과 같다.

 

 초기는 시집 청록집(1946)· 산도화(山桃花)(1955)를 펴낸 시기에는 자연을 노래하고 향토성이 짙고 섬세한 서정을 읊고 있다. 민요가락을 빌려 율격과 간결미에 치중, 대상에 대한 주관적인 인상을 그리는데 힘썼다.

 

 중기는 시집 ·기타(1959)·, 경상도의 가랑잎(1962), 청담(晴曇)(1964)을 펴낸 시기에는 초기시보다 운율과 시각적 효과를 그다지 고려하지 않고 시적 대상도 자연에 대한 순수한 관심에서 일상적인 생활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으로바뀌어 생활인의 아픔과 소시민의 고달픔을 읊고 있다.

 

 후기는 경상도의 가랑잎(1968)을 펴낸 이후에는 사회현실을 인식하는 입장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소재가 자연에서 일상적인 삶으로 바뀌고 표현 방법도 객관적인 스케치에서 주관적 내지 자아 응시로 바뀌었다.

 

 그 밖의 시집으로 구름에 달가듯이(1975),· 박목월시집(1983)·, 달빛에 목선 가듯(1986), 소금에 빛나는 아침에(1987) 등과 동시집으로 동시집》 《산새알 물새알등이 있고, 수필집으로 구름의 서정시, 여인의 서(), 밤에 쓴 인생론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