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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탄금대와 중앙탑공원

혜강(惠江) 2019. 8. 7. 14:13

충주 탄금대와 중앙탑공원

 

신라 중앙탑 붉은 노을 너머 우륵의 가야금 소리 들리는 듯

 

 

충주=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충주 남한강변 중앙탑 뒤로 붉은 노을이 저녁 하늘을 곱게 물들이고 있다. ‘탑평리 칠층석탑’이 정식 명칭이지만 충주시는 ‘중앙탑’으로 부른다. 충주=최흥수 기자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탄금대 산책로 한쪽 모퉁이에 ‘감자꽃’ 노래비가 놓여 있다. 감자만큼 특색이 없으면서도 유용한 작물이 또 있을까. 울퉁불퉁함과 투박함 때문에 곧잘 못생김과 연결하지만, 반찬뿐만 아니라 간식과 주식으로 없어선 안될 작물이 감자다. ‘감자꽃’은 충주가 고향인 권태응(1918~1951) 시인의 작품이다. 감자 얘기를 꺼낸 건 왠지 충주가 감자와 닮았다는 느낌 때문이다. 깜짝 놀랄 반전도 없고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일상이 편안한 휴식이 되는 곳, 충주는 그런 곳이다.

 

 

◇음악과 전쟁…부조화의 조화, 탄금대

 

 

 탄금대는 충주 시내 서북쪽 달천과 합류하는 남한강 언덕에 위치한 공원이다. 탄금대라는 명칭은 신라 진흥왕 때 악성 우륵이 가야금을 연주한 곳이라는 데서 유래한다. 우륵은 가야국 성열현에서 살았다고 한다. 대가야의 중심이었던 경북 고령으로 추정된다. 악보는 전해지지 않지만 그가 지은 12곡 중 ‘하가라도’ ‘상가라도’ ‘달기’ ‘물혜’ ‘거열’ 등 9곡이 당시 대가야의 지명이다.

 

 

탄금대는 우륵이 가야금을 탄 곳이라 알려져 있다. 산책로 주변에 솔숲이 우거져 있다.

 

 그러나 우륵은 551년 가야의 운세가 기울자 제자 이문과 함께 신라 진흥왕에게 투항했다. 진흥왕은 그를 국원(國原)에 거주하게 하고 계고ㆍ만덕ㆍ법지 등을 보내 그로부터 가얏고와 노래, 춤을 전수하게 했다. 국원이 바로 지금의 충주 땅이다. 잔잔한 강물에 은은하게 번지는 가야금 울림을 상상하면 멋스러운 풍류와 나라 잃은 망명객의 설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전국 최초로 세워진 탄금대의 충혼탑. 이승만 전 대통령의 글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탄금대의 ‘팔천고혼 위령탑’. 임진왜란 때 순국한 8,000 병사들의 넋을 기리는 시설이다.

 

 탄금대에는 우륵의 전설만 있는 게 아니다. 임진왜란 당시 삼도도순변사(三道都巡邊使) 신립 장군이 배수진을 치고 적군에 맞서 싸우다 최후를 맞이한 전적지이기도 하다. 공원 북측 산책로에는 충혼탑과 ‘팔천고혼 위령탑’이 나란히 하늘로 솟아 있다. 이곳 충혼탑은 광복 이후부터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희생된 충주의 1,900여 군경과 노무자를 추모하기 위해 세웠다. 전국의 수많은 충혼탑 중 가장 먼저 건립한 것으로, 이승만 전 대통령의 필체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 팔천고혼 위령탑은 1592년 4월 신립 장군과 함께 이곳에서 전사한 8,000여 병사의 넋을 기리고 있다. 8,000은 신립이 왜군의 북상을 저지하기 위해 한양에서 충주로 이동하며 차출한 병사의 숫자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목숨으로 지킨 이들은 결국 평범한 시민들이었다는 사실에 절로 숙연해진다.

 

 ‘탄금정’ 정자각 아래 바위는 ‘열두대’라 불린다. 신립 장군이 전투를 독려하기 위해, 혹은 달아오른 활 시위를 강물에 식히기 위해 암벽을 열두 번이나 오르내렸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어떻게 해석하든 다급한 전투 상황이 연상되는데, 지금 열두대에서 보는 풍경은 더없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유속이 느려 생긴 강 중간의 용섬에 푸르름이 짙고 이따금씩 수상스키가 정적을 깨뜨리며 수면을 가른다. 열두대로 내려가는 계단 우측에는 신립 장군이 순절한 곳임을 알리는 비석이 감춰진 듯 세워져 있다. 나라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았을 텐데, 패장을 기억하는 방식은 이렇듯 야박할 수밖에 없어 쓸쓸함이 더하다. 산책로는 탄금대 공원을 한 바퀴 돌게 연결돼 있다.

 

 

탄금대 열두대에서 내려다보는 남한강 풍경이 한없이 고요하고 평화롭다.

 

 열두대 내려가는 계단의 신립 장군 순국지 표지석.

 

 탄금대 상류는 ‘충주세계무술공원’과 ‘능암 습지생태공원’으로 이어진다. 무술공원에는 탄금대만큼 넓은 부지에 세계무술박물관, 야외공연장, 돌미로정원 등이 조성돼 있다. 그러나 박물관과 공연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유료 테마파크가 차지하고 있어 아쉬움이 크다. 대신 습지생태공원으로 나가면 측백나무 미로와 연꽃 연못이 산책로로 연결돼 있고, 탄금대까지 이어지는 제방을 걸으며 남한강의 또 다른 풍광을 즐길 수 있다.

 

 

탄금대와 이어진 능암습지생태공원.

 

 

◇중원, 중앙탑, 중앙탑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