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관련/- 자작시(自作詩)
(시) 꽃밭에 서면 / 남상학
혜강(惠江)
2020. 1. 21. 09:21
시(詩)
꽃밭에 서면
남상학
꽃밭에 서면 왜 이리 떨릴까? 이 세상 어느 목소리나 은유(隱喩)로도 도저히 다가갈 수 없는 거리, 까르르까르르 '나 잡으면 요옹치?' 손가락을 세우며 끝없이 달아나는 저 철없는 아이들 웃음소리 따라가다가 털썩 주저앉아 하늘을 바라본다.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속내를 한치도 가늠하지 못하고 이 봄볕에 나는 몹시 부끄럽고 아리다. 아니 뻐근하고 저리다.
이 꽃 저 꽃, 꽃자리를 옮기며 꽃술을 더듬는 한 마리 나비는 세찬 바람에 날개가 찢기고 가슴에 금이 몇 개, 심장 판막 하나가 지금 꽃잎처럼 파닥거리며 떨고 있다. 유난히 어지러운 봄을 타는 것일까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