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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마지막 여정 -남해 미조항에서

혜강(惠江) 2020. 1. 17. 12:56





마지막 여정

-남해 미조항에서 


                                                                    남상학


내 인생의 끝이
이만하면 좋겠네

허겁지겁 끝없이 달려온
이 길들일 수 없는 자유
해거름이 깔리는 저녁 이쯤에서
나의 발길 끝났으면 좋겠네!

길은 연이어 끝이 없고
그 길을 따라 열병하듯 늘어선
수수밭 이삭 끝에 빛나는 햇살이듯
그 촉수(觸手)에서 익어가는
기나긴 나의 여정

이제 가을이 와서
단풍이 짙었는데
금산(錦山)이 이곳까지 내려와
저무는 바다에서 머리 풀고
깊은 사색의 잠을 청할 때

나를 품어 안을
깊은 물 속 가슴 언저리
그 속으로 깊이 잠수하면
그곳이 당신의 하구(河口)일까?

자나 깨나 꿈꾸어 온 곳
아득한 수평선 위로
멀리 가까이 나를 기다리는
그리운 자식 같은 섬들

이 조용한 항구의
낙조를 즐기는 하얀 물새처럼
호젓이 날개 접고
이쯤에서 끝났으면 좋겠네.

 

 

*미조항은 경상남도 남해군 미조면 미조리, 남해 섬의 최남단에 있는 어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