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강(惠江) 2020. 1. 8. 19:55

 

 

<출처 moneysavetip.tistory)

 

 

다람쥐 

 

 

남상학

 

 



재빠른 다람쥐 한 마리가
한가한 시장 입구에서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씽씽 소리를 내며 쳇바퀴를 돌린다.

구경하는 사람 없는 날에도
왜 돌려야 하는지

생각할 필요조차 잊어버리고
그냥 돌리고 또 돌리는 것뿐이다

 

오가는 사람이 뜸한 오후

시장 사람들마저 더위 피해

산과 바다로 떠난 날에는 

한가한 시장 입구의 다람쥐는
구름 한 점 없는

빈 하늘만 쳐다보다가

뒤늦게 쳇바퀴를 돌려야 하는

이유를 알아챈 듯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모아놓고

푸른 숲속의 도토리만 한

기쁨을 주워다 나누면서
그것이 사랑이라고 가르치면서


열 개나 되는 발톱으로

힘있게  씽씽 소리를 내며

쳇바퀴를 돌린다.